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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지난달 9일 산하 기관인 수은이 대출 없이도 수출기업에 대외채무 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담은 수은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수은은 현재도 대출받은 기업에 한해 대출 이내의 보증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론 대출 없이도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 한도도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 인수금액의 35%이던 것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방위산업이나 원자력발전(원전)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기재부는 올 1분기 중 20일까지의 의견수렴 과정을 포함한 법제처 검토와 국무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밟아 이를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수은과 1992년 수은에서 분리한 무보 간 10여 년 째 이어져 온 해묵은 갈등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시 수출금융 지원규모 확대와 함께 수은에 대출 등 은행 기능을 남기고, 보험사업 부문을 무보로 분리했다. 그러나 수은이 지난 2008년 보험 성격의 보증 사업에 진출하며 무보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수은은 2013년 취급 제한 요건 완화를 통해 관련 사업을 더 확대했고 이 결과 2011년 174억원이던 대외채무보증 수익은 2021년 1173억원으로 10년 새 7배 늘었다.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 수익도 2011년 3571억원에서 2016년 6471억원까지 늘었으나 이후 대폭 줄며 2021년엔 2354억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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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6월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자료에서 수은의 대외채무보증과 무보 중장기수출보험을 업무중복 영역으로 명시했다. 지난 2017년 은행형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사업 분석 자료 때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적 결함도 주장했다. 기재부와 수은이 대통령령 개정의 필수 절차인 관계기관 협의를 생략했을 뿐 아니라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업무 범위를 제한한 동법 상위규정인 제18조4항을 무시하고 예외조항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개정령안 내 용어의 개념과 적용 범위가 불명확해 법령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더했다.
이연수 무보 노조위원장은 “이번 수은법 시행령 개정은 국회 검토를 거치지 않는 시행령 개정의 맹점을 악용해 기본적인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한 시도”라며 “개정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