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금융업계의 뇌관으로 꼽히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에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11일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그림자금융을 구성하는 대표적 상품인 자산관리상품(WMP) 규모가 9조달러(약 1경30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상품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증해 준다’는 인식이 시장에 널리 퍼지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베이징의 평범한 직장인인 양모어(29)씨는 중국의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자산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산관리상품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양씨는 “가입한 상품이 위험 자산에도 일부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가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정부의 보증을 받기 때문에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투자자들의 신념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지난해부터 당국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 역시 구조조정을 하거나 파산에 이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투자자들의 오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신탁회사가 만들고 은행이 판매하는 중국의 WMP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고금리를 약속하고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주식 등에 투자한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정식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이를 유사 대출 내지는 자금 차입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은행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 그림자금융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인민은행 등 금융당국은 WMP와 같은 그림자금융의 확대가 중국경제 전반에 위험을 가중하고 정부가 추진해 온 부채 정리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국은 리스크 문제를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자 보호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WMP의 비중은 줄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