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의 수용 당시와는 달리 최 원장의 사퇴에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 사의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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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최 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한 유감 표명은 이례적인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할 당시에는 부차적인 첨언을 하지 않았다. 당시 정만호 전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상이다”라고 짧게 관련 사실만을 알렸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5월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지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최 전 원장의 사퇴를 대할 때와 확연히 달랐던 온도가 느껴진다.
이미 최 전 원장 역시 야권의 대선 후보로 분류돼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떠나는 최 전 원장을 향해 사실상 질책성 지적을 한 것은 그 만큼 아쉬움이 컸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던 윤 전 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최 전 원장까지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모습을 연출한 상태다.
|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재형 감사원장 사표 수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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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역시 문 대통령의 작심 비판과 궤를 같이해 최 전 원장을 정조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현황을 보면,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중도 사퇴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가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전윤철 전 원장과 양건 전 원장이 중도 사퇴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행보가 아닌 정권 교체에 따른 사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시점도 윤 전 총장과 비교해 빠르게 이뤄졌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5일 재가했다. 최 전 원장은 28일 하루만에 일사천리로 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