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테러자금 '꼼짝마'…금융범죄 잡는 AI '와치독'

HSBC 등 글로벌 금융사…돈세탁·사기 등 적발에 AI 활용
적은 비용으로 신속·정확한 감시
AI 활용한 투자·자문 ‘익숙’…이미 사람 자리 꿰차
  • 등록 2018-04-10 오후 2:53:30

    수정 2018-04-10 오후 2:53:30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금융투자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AI 로봇은 자산관리(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 및 시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투자자 응대(콜센터·챗봇 등), 주식시장 공시 등의 부문에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돈세탁, 사기 및 테러자금 조달 등과 같은 금융범죄를 잡아내는 데에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사람보다 더욱 신속하게 감시하면서도 비용은 대폭 절감된다는 이유에서다.

돈세탁·사기 등 적발에도 AI 활용…적은 비용으로 신속·정확한 감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HSBC는 영국의 콴텍사(Quantexa)와 손잡고 방대한 양의 고객 및 금융거래 빅데이터를 AI로 분석, 불법성이 의심되는 거래를 감지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콴텍사는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AI 소프트웨어는 전화번호, 주소, 뉴스 등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검토해 수상한 거래 내역을 찾아낼 수 있다. HSBC는 돈세탁 방지 조사 자동화를 위한 AI 전문업체 아야스디(Ayasdi)와도 제휴를 맺었다.

HSBC는 이같은 시스템 변화가 향후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실시간에 가깝게 적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HSBC는 “수개월 전에 앙골라 전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됐던 5억달러(약 5300억원) 상당의 사기 사건 계좌를 적발·동결한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HSBC 외에도 금융범죄 대응 기술을 보유한 보카링크(Vocalink)와 팀을 꾸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지난 주 가짜 송장을 이용해 사기를 벌이려던 한 중소기업을 적발해냈다. 덴마크의 단스케방크는 테라데이타와, 싱가포르의 OCBC은행은 블랙스완테크놀로지, 사일런트에이트와 각각 제휴를 맺고 금융사기 예방에 나서는 등 글로벌 은행들이 AI를 활용한 첨단 감시 기술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심지어 규제당국인 금융행위감독기구(FCA)도 AI 시스템을 이용해 금융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FCA의 금융범죄 부서장 롭 그룹페타는 “돈세탁을 해주기 위해 사각지대가 존재하기를 원하는 은행들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감시·적발 기술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깨끗한 금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들 금융기관이 지난 10여년 간 불법 자금 세탁을 외면해오다 비난과 함께 수십억달러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HSBC의 경우 이란 및 수단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적이 있으며, 멕시코 마약 거물의 돈세탁에도 계좌를 제공한바 있다. 특히 지난 2015년엔 전 세계 부유층 10만여명의 탈세를 방조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 비난을 샀다.

금융 규제당국과 은행들이 매년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비용도 AI 시스템 활용에 큰 영향을 끼쳤다. FCA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허브 영국에서만 금융범죄 퇴치를 위해 연간 50억파운드(약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쓰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 규제당국 감독관들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범죄를 솎아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AI 활용한 투자·자문 ‘익숙’…이미 사람 자리 꿰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3월 존 코일, 뮤랄리 발라라만 등 스타 펀드 매니저들을 줄줄이 떠나보냈다. 그러면서 AI를 활용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80억달러(약 8조5000억원) 중 AI가 굴리는 돈은 현재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블랙록은 또 AI를 아마존의 구매 흐름이나 위성을 통한 쇼핑몰 주차장 분석에도 적용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미리 예측하고 있다.

같은 금융산업이라도 투자·자문 부문에선 AI 활용이 이미 익숙하다. 인간보다 정확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데다, 시장 변화에 훨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인기가 치솟고 있다.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부정적인 것보다 훨씬 많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베터먼트, 웰스프론트, 퓨처어드바이저 등 소규모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제공됐다. 하지만 이듬 해부터는 뱅가드, 메릴린치 등과 같은 대형 금융사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UBS 등 글로벌 금융 공룡들은 아예 AI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해 경영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또 지난 달엔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5억5000만달러(약 5880억원)를 들여 AI를 이용해 금융정보를 분석하는 켄쇼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AI 전문 스타트업들이 금융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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