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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사기 등 적발에도 AI 활용…적은 비용으로 신속·정확한 감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HSBC는 영국의 콴텍사(Quantexa)와 손잡고 방대한 양의 고객 및 금융거래 빅데이터를 AI로 분석, 불법성이 의심되는 거래를 감지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콴텍사는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AI 소프트웨어는 전화번호, 주소, 뉴스 등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검토해 수상한 거래 내역을 찾아낼 수 있다. HSBC는 돈세탁 방지 조사 자동화를 위한 AI 전문업체 아야스디(Ayasdi)와도 제휴를 맺었다.
HSBC는 이같은 시스템 변화가 향후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실시간에 가깝게 적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HSBC는 “수개월 전에 앙골라 전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됐던 5억달러(약 5300억원) 상당의 사기 사건 계좌를 적발·동결한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HSBC 외에도 금융범죄 대응 기술을 보유한 보카링크(Vocalink)와 팀을 꾸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지난 주 가짜 송장을 이용해 사기를 벌이려던 한 중소기업을 적발해냈다. 덴마크의 단스케방크는 테라데이타와, 싱가포르의 OCBC은행은 블랙스완테크놀로지, 사일런트에이트와 각각 제휴를 맺고 금융사기 예방에 나서는 등 글로벌 은행들이 AI를 활용한 첨단 감시 기술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이는 이들 금융기관이 지난 10여년 간 불법 자금 세탁을 외면해오다 비난과 함께 수십억달러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HSBC의 경우 이란 및 수단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적이 있으며, 멕시코 마약 거물의 돈세탁에도 계좌를 제공한바 있다. 특히 지난 2015년엔 전 세계 부유층 10만여명의 탈세를 방조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 비난을 샀다.
금융 규제당국과 은행들이 매년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비용도 AI 시스템 활용에 큰 영향을 끼쳤다. FCA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허브 영국에서만 금융범죄 퇴치를 위해 연간 50억파운드(약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쓰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 규제당국 감독관들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범죄를 솎아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AI 활용한 투자·자문 ‘익숙’…이미 사람 자리 꿰차
같은 금융산업이라도 투자·자문 부문에선 AI 활용이 이미 익숙하다. 인간보다 정확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데다, 시장 변화에 훨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인기가 치솟고 있다.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부정적인 것보다 훨씬 많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베터먼트, 웰스프론트, 퓨처어드바이저 등 소규모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제공됐다. 하지만 이듬 해부터는 뱅가드, 메릴린치 등과 같은 대형 금융사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UBS 등 글로벌 금융 공룡들은 아예 AI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해 경영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또 지난 달엔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5억5000만달러(약 5880억원)를 들여 AI를 이용해 금융정보를 분석하는 켄쇼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AI 전문 스타트업들이 금융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