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페이스북 승소..국회에서 법개정 논의 잇따를 듯

국내 이용자 피해 봤지만 규제 불가능한 한계
글로벌 호갱됐나..국회에는 글로벌 CP 규제법 5건 발의
국내 IX제도 변화로 어쩔수 없었다는 페이스북..법원도 동의
국내 현실 망각 비판도..IX 무정산은 미국 CP와 통신사에 유리
  • 등록 2019-08-22 오후 6:10:23

    수정 2019-08-23 오전 9:01:07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보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망 대가 협상을 진행하면서 접속경로를 바꿔 이용자 피해를 유발했다며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는데, 법원은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서비스 접속이 지연된 사실을 이용자 이익침해로 처벌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꾸게 된 경위는 ‘국내 인터넷접속(IX)제도 변화에 따라 KT에 지불하는 망대가가 높아질 우려 때문’이었다는 페이스북 주장도 받아들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IX 논의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국회에 발의된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법 주목

국회에는 5건의 글로벌 CP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일정기준에 해당하는 해외 사업자에 대해 이용자 보호, 자료제출, 통계보고 등과 관련한 국내 대리인을 서면으로 지정하게 한 법(박선숙 의원) △전기통신사업자의 행위에 대해 금지행위 위반 의심 우려, 이용자나 다른 사업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임시중지명령을 하게 한 법(이종걸 의원)△일정기준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한 법(김경진 의원)△ 정당한 사유 없는 서비스 품질 저하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 법(유민봉 의원)△일일 평균 이용자 수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게 하는 법(변재일 의원) 등이다. 유 의원 법안은 법원이 페이스북을 규제하려면 필요한 법이라고 판결문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변 의원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본다”면서도 “글로벌 CP로 인한 이용자 피해 등을 처벌하는데 법적 미비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법적 보완점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해사실이 있었지만 현행법으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라면서 “방통위가 항소한다고 했으니 지켜보겠다. 국회에서는 부작용도 고려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IX제도 변화로 어쩔수 없었다는 페이스북..과기부 논의에도 영향

법원은 접속경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2016년 1월부터 과기정통부 고시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IX) 기준’이 바뀌면서 KT가 돈을 더 내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페이스북 주장도 인정했다. 페이스북이 일부러 접속을 지연한게 아니라 어쩔수 없이 발생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2016년이후 IX 기준이 바뀌어 CP의 망대가 부담이 늘었으니 예전의 무정산 제도로 돌아가자는 인터넷기업들 주장과도 같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IX 제도 변화이후 5개 인터넷 기업의 망대가가 40% 늘었다는 내용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면서 “IX 기준을 2016년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기협의 조사는 모수가 적고 사명도 비공개여서 한계적이나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는 국내 CP의 망 사용료는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스타트업(초기벤처)들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8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CP 망 이용대가에 포함되는 국내 인터넷전용회선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줄고 있다. 2011년 5705억원에서 2017년 4065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인터넷전용회선 시장이 줄었다는 것은 국내 인터넷 기업 전체로 보면 망 대가가 IX 제도 변화 이후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보충 증거가 될 수도 있다. KISDI는 해당 보고서에서 “IX제도 변화이후 CP의 망대가 추이 등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현실 망각 비판도....IX 무정산은 미국 CP와 미국 통신사에 유리

법원 판결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만든 IX 제도는 통신사와 협상력에서 우위인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로부터 정당한 망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는데, 법원이 이런 유인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핵심은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소수의 글로벌 CP가 국내 전체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유발하면서 망 대가 지급을 회피한다는 점”이라며 “트래픽에 기반해 IX 접속요율의 상한을 정하는 제도는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해외의 통신사(ISP) 시장 거래 구조
무정산 구조인 글로벌 인터넷 접속제도는 힘센 글로벌 CP뿐 아니라 미국 통신사(ISP)들만 유리하다는 점에서 법원 판결 내용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이 아니라 힘센 CP나 힘센 ISP에 유리한 구조를 주장할 수 있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국내 IX 제도는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협상력과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공평한 과금이 가능하다”면서 “미국의 통신사 컴캐스트가 콘텐츠전송네트워크업체(CDN)와 망 증설 갈등을 빚다 무정산에서 대가 지급으로 바뀌고, 프랑스 법원과 공정위도 구글과 자국 통신사간 갈등에서 대가 지급 관행을 인정하고 있다. IX 제도는 국내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대가 부담을 회피하는 대형 글로벌 CP 이슈에서 유의미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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