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국가가 이불까지 들춰서야"…위자료 늘어날 듯

사생활 분쟁은 민사로 해결, 시대적 가치관 반영
수사기관 협조 불가능해져 간통입증 어려워질 듯
  • 등록 2015-02-26 오후 5:07:06

    수정 2015-02-26 오후 5:14:1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헌법재판소가 26일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변화한 시대적 가치관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간통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민사재판 시 배우자의 간통을 입증하기 힘들어졌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기 불가능해진 때문이다. 반면 일단 입증에 성공하면 받게 될 위자료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53년 형법을 제정하면서부터 간통은 형벌로 다스렸다. 그러나 국가가 ‘남녀의 이불 속까지 들춰보는 게 옳은 지’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헌재는 1990년 9월 일부일처제 유지, 가족생활보장 등을 이유로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첫 결정을 내렸다. 1993년 3월에도 같은 결정이 나왔다. 2001년 10월에는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2008년 10월에야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앞섰다. 재판관 5명은 도덕적이지 않은 행위를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위헌이 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다. 간통죄는 가까스로 유지됐다.

그 사이 여론도 변화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간통죄 존폐와 관련한 의견을 물은 결과, 24년전인 1991년 비슷한 조사와 비교해 ‘존치의견’은 1% 남짓 줄고, ‘폐지의견’은 약 3% 증가했다. 소폭이지만 간통죄 존치에 부정적인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 이 조사에서 기혼남성 36.9%와 기혼여성 6.5%는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변화는 ‘불구속수사’·‘실형 선고 감소’ 경향에서도 드러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간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466명 가운데 구속기소된 사람은 22명뿐이다. 지난해는 구속기소된 사람이 아예 없다. 지난 30년간 간통죄 구속기소율이 66.7%인 점에 비춰 처벌수위가 완화된 것이다.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사건도 줄었다. 2013년 사법연감을 보면, 간통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 풍속에 관한 죄 위반 재판에서 실형 선고율은 5.7%에 그쳤다.

오영중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는 “사생활 관련한 분쟁은 민사적으로 해결하고, 국가의 형벌권은 소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간통죄 폐지로 민사·가사소송에서 피해자가 배상받을 길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방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길이 까다로워진 까닭이다. 전에는 수사기관의 도움으로 불법행위를 잡아냈으나, 이제는 피해자 스스로 입증책임을 져야한다.

다만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위자료는 전보다 늘어날 여지가 있다. 지금껏 법원은 간통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위자료를 책임을 다소 덜어줬다. 배상책임까지 무겁게 물리는 것은 과하다는 이유에서다.

A판사는 “간통에 대한 책임이 민사적으로까지 사라진다는 국민 정서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고, 법원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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