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품격있는 응원” 늦은 당부…한국당 일각선 “연설회장 보이콧”

전대 연설회장마다 태극기부대 ‘세과시’에 몸살
“퇴장시킬 수도 없고…” 당 지도부 고민 깊어져
“저딴 게 대통령” 막말한 김준교엔 “진작 컷오프했어야”
“김진표·조대원 득표율, 당원 구성비 따져볼 가늠자될 수도”
  • 등록 2019-02-19 오후 4:53:21

    수정 2019-02-19 오후 4:53:21

한국당 당대표선거에 나선 황교안ㆍ오세훈ㆍ김진태 후보(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가 잇달아 일부 후보자의 막말, 관중들 난동으로 당안팎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진태 당대표 후보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유념해달라”며 “앞으로는 보다 품격있는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권역 합동연설회를 휘젓은 그의 지지자들, 이른바 ‘태극기부대’를 향한 당부였다. ‘5.18 망언’ 공청회로 김 후보를 당 윤리위에 넘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오세훈 후보 등에도 욕설, 야유를 보내며 행사를 방해하자 김 후보가 자제를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뒤늦은 감이 적잖다. 태극기부대가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역 연설회도 같은 행태를 보인 탓이다. 이들이 일찌감치 무대 앞을 점령, 김진태 후보만 연호하면서 일방적인 분위기로 몰아가자 당에선 대구 연설회 때 무대 앞 객석을 후보별로 당원 50명씩 할당했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무대 뒤편 관객석을 가득 메운 ‘태극기부대’는 통제권 밖에서 목청 높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내에선 개탄이 이어지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역사퇴행적인 반동세력인가”라며 “지극히 일부 사람들에 의해 볼썽사나운 이념투쟁장으로 변질된 연설회장에 나가지 말고, 인터넷과 방송토론회를 꼼꼼히 보고 당의 지도자를 선택하자고 지역 당원들에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부산경남권 연설회 참여를 아예 말리겠단 얘기다. 한 초선 의원은 “극우세력이 있고, 당원이 있고, 국민이 있다고 치면 극우가 당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국민 뜻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만시지탄 속 지도부의 고심이 깊지만 별다른 대책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기찬 대변인은 “관련 규정을 찾아보니 장내 질서문란 행위엔 징계조치를 할 수 있지만 후보 외 사람들에 적용하긴 마땅치 않고 관중석에서 욕설을 한다고 한명씩 퇴장시키기에도 숫자가 만만치 않다”며 “지도부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저딴 게 대통령” 등 막말을 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를 향해서도 내부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는 “대단히 잘못된 표현이고 당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단순히 숫자로 컷오프할 게 아니라 정견발표 등을 미리 보고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으면 본선에 올리지 않도록 컷오프를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김진태 후보, ‘5.18 망언’ 논란에 사과하고 ‘태극기부대’에 출당을 요구한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 등의 득표율이 한국당 당원들의 지향성, ‘태극기부대’의 실제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는 관전포인트로 꼽는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치부하듯 태극기부대가 ‘일부’가 아니라면 김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꺾는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국민 눈높이를 맞추려는 당원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조대원 후보의 선전 여부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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