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 회피성 답변 반복…與마저 "소신 밝혀라"(종합)

과거 행적·현안 질의에 애매모호 답변…野 "유체이탈 화법"
"존경받던 과거 활동 왜 부정하나..청문회 통과 답변 일관"
  • 등록 2018-09-10 오후 4:27:56

    수정 2018-09-10 오후 4:30:03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석태(65·사법연수원 14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 속에서도 이 같은 답변 태도가 반복되자 여당 의원들마저도 이를 문제삼았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진보적인 시민사회 활동 행적과 주요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구체적 답변을 피하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 탄원에 동참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함세웅 신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저명한 분들이 저에게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며 “저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죄를 받더라도 가석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죄인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반영의 의미”라고 답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후보자는 ‘이 전 의원에 대한 형벌권이 과하다고 본 것이냐’는 의원들의 추가 질의에 대해선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석방을 촉구한 논거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해선 “전 이 전 의원을 만난 적도 없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형벌을 받는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이석기 사건을 일반적 사건으로 봐야 하느냐’고 따져 묻자 “그건 아니다. 이미 끝난 형벌 집행을 말하는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또 ‘헌재의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을 수긍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법원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본 판례에 대해 동의한다”고 답했다.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도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선 “1인 시위였다. 당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그렇게 주장했다”며 “저는 당시 민변 회장이었으니 민변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답변에 야당 의원들이 ‘개인 이석태는 (폐지 주장을) 안 했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이 후보자는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아울러 과거 한미FTA 반대 운동을 한 것과 관련해 “참여연대 대표로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FTA를 반대한 것이 잘못된 거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 당시엔 제가 참여연대 대표였기 때문에”라는 말을 반복했다. 계속해서 ‘지금 생각이 어떠냐’는 질의에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의 생각을 물어보면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옛날에 반대한 것이 잘못된 거냐’는 질의가 반복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낙태’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도 “개인의 생각이 있지만 후보자로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는 서면답변서에선 ‘정치적 성향이 보수인가, 진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의 기준이 무엇인지 몰라서 답변하기 어렵다. 다만 매사 합리성과 균형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이 같은 답변 태도가 반복되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비판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주 이리저리 잘 피해가려고 애쓰는 걸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법조인으로서의 양심마저 찾아볼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헌법재판관이 되지 않더라도 차라리 그간의 소신을 피력하면 그 부분은 평가받을 것”이라며 “상당히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주광덕 의원도 “답변 태도가 유체이탈 화법 같다”고 비꼬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청문회 통과를 위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굉장히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후보자의 그건 활동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존경하고 있나”며 “그걸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왜 보이나. 온당치 않다”고 힐난했다. 여상규 한국당 의원도 “헌법재판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는데, 그때 양심은 법률적 양심”이라며 “개인적 언행에 구속돼 헌법재판을 하면 안 된다. 그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이 후보자의 태도 변화가 없자 결국 여당 의원들마저도 오후 질의 시간에 “소신 있게 답변하라”고 청하기 시작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관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당당하게 소신을 갖고 ‘모난돌’로 살아왔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금 이 사건 소신을 굽히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에 더 답답하고 마음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살아온 인생대로) 오늘 소수자를 위해 좀 더 많은 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청문 절차 중이라 답변이 조심스럽겠지만 헌재에 있는 사건이라도 지금까지의 생각을 밝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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