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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권력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중앙지법 재직 당시 영장심사를 맡던 2010년 최태원 SK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유모씨를 폭행한 뒤 20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듬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재홍씨에게도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김씨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해 SK그룹 횡령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년6월로 형을 가중하기도 했다.
또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대표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에 원세훈 전 원장을 구속시키면서 국정원이 직접 작성한 ‘과거의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2004년 발족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의 3년 활동을 담은 것이다. 보고서에는 김대중 납치사건과 KAL 858기 폭파 사건,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동백림 사건 등 진실위가 파헤친 7대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와 함께 정치·사법·언론·노동·학원·간첩 등 6개 분야에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실히 담겨있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한 의지를 천명했다”며 “이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원용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정원이 솔직한 반성과 깊은 성찰의 결과로 스스로 만든 이러한 거울 앞에 서서 피고인들이 과연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의 적법성과, 그것이 합리적인 우리 국민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봤는지 극히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조국 교수, 페이스북에 대법원서 파기 걱정
김상환 부장판사의 이번 판결과 관련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원세훈,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인정되고 법정구속”이라며 “오늘 청와대와 새누리당 분위기 ‘냉동고’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너무 당연한 판결인데, 기뻐해야 하다니! 김상환 부장에 대한 얼토당토 는 비방을 예상해야 하다니! 이 판결이 대법원에 의해 파기될까 염려해야 하다니!”라고 씁쓸해 했다.
조 교수는 또 “그리고 공직선거법 무죄 내린 1심 판사(이범균)와 유죄 내린 2심 판사(김상환)의 미래를 비교 주목해야 하다니!”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