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김봉현에 금감원 자료 보여준 靑행정관 “혐의 인정”

서울남부지법, 20일 ‘뇌물 혐의’ 전 靑행정관 2차 공판
‘일부혐의 부인’ 기존 입장 번복…“공소사실 모두 인정”
  • 등록 2020-07-20 오후 4:21:18

    수정 2020-07-20 오후 4:21:1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직무상 얻은 정보 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혐의를 인정했다. 김 전 회장에게 보여준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관련 정보’는 직무상 얻은 정보가 아니라던 첫 공판 때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 청와대 전 행정관이 지난 4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상용)는 20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제3자 뇌물수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행정관 측은 “검찰에서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공소사실에 대한) 기존 의견을 번복해 혐의를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행정관 측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첫 공판에서 “김 전 회장에게 보여준 정보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가 아니고, 자신의 동생이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가 된 것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약하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행정관 측은 “해당 금감원 정보가 친분이 있는 금감원 직원에게 따로 받은 정보여서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증거 기록을 검토한 결과 당시 (김 전 회장에게 보여준) 내부 문서는 김 전 행정관의 지위와 업무와 관련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검찰이 제출된 증거를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중 김 전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의 라임 감사 관련 정보 등 직무상 얻은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대가로 김 전 행정관이 스타모빌리티 명의의 법인카드를 받아 2700만원을 사용했고, 김 전 회장으로부터 골프비용·술값 등의 명목으로 약 1600만원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김 전 행정관 동생이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로 등록돼 급여 명목으로 1900만원을 받은 것을 제3자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이날 김 전 행정관 측은 기존 의견을 바꿔 혐의를 인정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첫 공판 이후 법원에 네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편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차 공판 당시 김 전 행정관 측은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 관계로, 사업이 잘되는 친구가 밥값이나 술값 등을 내주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친구로부터 이런 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은 점을 매우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행정관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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