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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는 서울 잠실역 앞에 잠실 주공5단지 주민들이 모여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토했다. 재건축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데 대한 항의 집회다. 지난 4월 서울시청 앞으로 달려갔던 이들이 계절이 바뀌어도 상황 변화가 없자 다시 집단 행동을 벌인 것이다.
700명 참석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의자와 조끼 등은 곧 동이 났다. 집회를 주최한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 측은 800명 넘는 주민들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박원순은 주민을 더이상 우롱하지 마라” “옥탑방 체험했으니 녹물체험도 해봐라” “서울시 탁상행정 분통터지는 조합원”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연신 치켜들며 박원순 시장에 책임을 물었다.
정복문 조합장은 “박 시장은 재건축을 허용해주면 집값이 반등하니 못해주겠다는데, 공급을 딱 막아놓으니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면서 “공권력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위원장도 찾아와 연대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아들이 정수기를 놓자고 하지만 제 몸으로 생체 실험을 하려고 녹물인 수돗물을 먹고 있다”며 “박 시장은 옥탑방 체험을 할 게 아니다. 은마나 잠실아파트로 오면 공짜로 살게 해줄테니 와보라”고 박 시장 공격에 가세했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2017년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국제설계공모를 벌이고 지난해 6월 조합총회 의결로 당선작 설계안을 채택해 제출했음에도 시에서 이에 대한 심사를 미루는 등 재개발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녹물 때문에 세탁기 필터가 일주일마다 막히고 흰옷도 빨지 못하고 살고 있는데, 혈서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고 한숨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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