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HR-V 시승기 - 기다림은 길었지만 보람이 느껴진 혼다의 막내 SUV

  • 등록 2016-09-27 오후 7:13:07

    수정 2016-09-27 오후 7:13:07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많은 기대를 받았던 혼다의 소형 SUV, ‘HR-V’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2014년 2월, 일산에서 진행되었던 혼다 올 뉴 오딧세이의 시승 행사에서 혼다 코리아의 정우영 대표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혼다 코리아의 신규 모델 도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자는 정 대표에게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소형 SUV 시장이 성장할 것 같은데 현재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베젤이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베젤은 출시와 함께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일본 내수 시장은 물론 북미 시장에서도 꽤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그 해 여름 즈음 혼다의 한 행사에서 다시 만난 정 대표는 “내수, 북미 모델 공급으로 인해 국내 도입이 다소 늦어질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갔다.

2015년 혼다는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도입될 소형 SUV, HR-V를 공개했다. 좌핸들인 한국 특성 상 내수 모델이 아닌 북미(수출)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세련된 소형 SUV를 보면서 ‘혼다 코리아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2016년, 혼다는 1.8L 가솔린 엔진을 얹은 단일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소형 SUV인 만큼 HR-V의 체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경쟁 모델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먼저 4,295mm의 전장은 4,195mm의 쌍용 티볼리보다 100mm가 긴 것이 눈길을 끈다. 다만 전폭과 전고는 각각 1,770mm와 1,605mm로 경쟁 모델들과 비교 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휠 베이스는 2,610mm로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등 보다 다소 긴 편이다. 한편 혼다 HR-V의 공차 중량은 1,340kg로 QM3보다 살짝 무거운 편이다.

소형 해치백을 품은 SUV

혼다 HR-V를 보고 있자면 혼다의 소형 모델 ‘피트’가 떠오른다. 준중형 모델인 시빅 보다 작은 세그먼트를 담당하는 피트는 당돌하면서도 명료한 디자인과 쾌적한 실내 공간 등을 매력으로 앞세운 모델이다. HR-V은 마치 이 피트를 SUV로 발전시킨 모습이다. 실제로 차량 곳곳에서 피트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요소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가장 먼저 전면 디자인을 보면 피트와 닮은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그릴의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가운데를 검은색으로 칠하고 날카로운 선 처리가 돋보이는 물방울 형태의 헤드라이트의 조합은 피트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대신 헤드라이트를 더욱 길게 찢고, 엠블럼 주변에 크롬 가니시를 더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측면은 길게 찢은 헤드라이트에서 이어진 풍성한 볼륨감의 프론트 펜더와 스포티한 감각의 해치백을 떠올리게 하는 루프 라인, 역동성을 강조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 등이 자리하며 시각적인 만족도를 끌어 올린다. 특히 2열 도어는 시크릿 도어 캐치를 적용하며 쿠페 라이크한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이러다 보니 단조로운 5-스포크 알로이 휠의 디자인이 내심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소형 해치백의 감각이 돋보였던 전면과 측면이었다면 HR-V의 후면 디자인은 SUV의 이미지를 확실히 살렸다고 말할 수 있다. 땅을 향해 날을 세운 삼각형 형태의 실루엣을 가진 독특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서 뻗어 나온 라인을 잘 살린 트렁크 테일 게이트를 적용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실내 공간

혼다 HR-V의 실내 공간은 무척 실용적인 공간이면서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담겼다. 가장 혼다 고유의 감각이 담겨 있는 스티어링 휠과 운전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대시보드와 디스플레이 및 공조 컨트롤 패널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조수석 에어밴트인데 최근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얇고 긴’ 구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높이를 높인 센터 터널 위에 쉬프트 레버를 두고 센터 터널 하단에 USB 포트 및 HMDI 포트 등을 배치했다.

기능적으로 살펴보면 풍성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요소들을 확실히 담아낸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의 중심을 잡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상위 모델인 어코드, CR-V처럼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간결한 구성이다. 여기에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에 터치 방식을 적용한 공조기 컨트롤 패널 역시 감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편 계기판은 혼다 고유의 간결하고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왼쪽에서부터 RPM, 속도 그리고 순간 연비와 트립 컴퓨터, 잔여 연료를 표시하는 클러스터 3개가 자리한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간결하여 시인성이 우수하고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명료하게 전달한다. 계기판에서 최고 속도는 220km/h로 표기되어 있으나 제원 상 200km/h이다.

소형 SUV의 가장 큰 경쟁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실내 공간 확보에서 HR-V는 꽤나 인상적인 모습이다. 시트의 크기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체격을 가리지 않고 만족스러운 레그 룸과 시트 포지션을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헤드 룸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진다. 2열 공간은 성인 남성 두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지만 1열과 마찬가지로 헤드룸이 다소 아쉽다.

한편 HR-V는 적재 능력을 극대화한 소형 SUV라 할 수 있는데 기본 적재 공간이 688L에 이르며 폴딩 기능을 제공하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때에는 최대 1,665L까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2열 엉덩이 시트를 위로 접는 매직 시트를 활용해 키가 큰 짐이나 부피가 큰 짐도 손쉽게 적재할 수 있어 소형 SUV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터보가 아니어도 괜찮아

혼다 HR-V의 보닛 아래에는 4기통 1.8L SOHC 가솔린 엔진이 자리한다. 경쟁 모델들이 1.4L 터보, 1.6L 자연흡기 혹은 1.6L 급 디젤 엔진을 탑재하는 것과 다른 선택이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없다. 하지만 HR-V를 출시한 혼다 코리아는 자신 있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높은 출력을 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SOHC 구조임에도 혼다 최고의 엔진 기술인 i-VTEC의 힘을 빌려 6,500RPM에서 최대 143마력과 4,300RPM에서 17.5kg.m의 토크를 발휘해 경쟁 모델과의 출력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CVT를 조합하여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하는데 공인 연비는 13.1km/L(도심 12.1km/L 고속 14.6km/L)로 출력까지 감안한다면 출력과 효율성의 밸런스가 무척 좋게 느껴진다.

‘혼다’로 정의되는 소형 SUV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SUV라는 느낌보다는 다소 껑충한 해치백의 느낌이 든다. 차량 자체가 소형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혼다 차량답게 시야가 상당히 넓게 느껴져 만족감이 높았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소형 SUV인 만큼 정숙하기 보다는 엔진음과 진동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 편이다

기어를 D로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꽤나 경쾌한 발진이 돋보인다. 특히 강한 토크로 억지로 끌고 나가기 보다는 매끄럽고 기민하게 회전하는 느낌으로 저항감이 크지 않아 만족감이 상당한 편이다. 게다가 낮은 RPM에서도 토크가 충분히 발휘되어 필요 이상의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 점 역시 만족스럽다.

1.8L의 배기량에 143마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엄연이 VTEC이 탑재된 엔진이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RPM을 대폭 끌어 올리면서 i-VTEC의 개입이 느껴지는데, 엔진 사운드나 배기 사운드가 매력적인 건 아니지만, 고 RPM에서 발 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이나 시트를 통해 운전자의 신체에 전해지는 감각은 무척이나 짜릿하다

우수한 엔진의 완성도와 함께 변속기 부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인데 출력이 끊이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CVT 덕에 출력의 단절 없이 최적의 RPM을 유지해 발진, 추월 가속 등판 상황 등 다양한 환경에서 출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응이나 변속 상황에서의 작동 감각 등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CVT의 도움으로 5~6,000RPM 대의 회전 수를 유지하는 상황에서의 운전자가 느끼는 상쾌함은 단순히 가속력이나 최고 속도, 토크 같은 이성적 수치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혹 HR-V를 시승하게 된다면 혼다의 팬이 아니고, 또 VTEC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꼭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CVT는 무척 똑똑하고 반응도 나쁘지 않다. 상황에 따른 변속, 기어 선택이 무척 깔끔한 편이다. 다만 스티어링 휠 뒤쪽에 패들 쉬프트를 두거나, 수동 변속 모드를 지정했었다면 조금 더 만족할 수 있었을 텐데 그저 폭 넓은 RPM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S 모드와 낮은 단수를 유지하는 L 모드만 지원해 아쉬움이 남는다.

차량의 기본적인 움직임은 여타 혼다의 차량과 유사하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날카로우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여과 없이 전해 운전자가 차량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게 만든다. 덕분에 운전자가 즐기는 즐거움이 상당한 편이데, 이에 맞춰 완성도 높은 섀시와 제법 단단하게 조율한 서스펜션이 더해지며 조향에 따라 기민하게 반응하고, 연속된 코너에서 매끄럽게 달려드는 HR-V를 경험할 수 있다.

좋은 점: VTEC 엔진의 뛰어난 만족감과 혼다 특유의 경쾌하고 즐거운 주행 감각

안좋은 점: 가격에 비해 실망스러운 실내 품질

혼다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SUV

혼다의 소형 SUV, HR-V는 소형 SUV가 그리고 혼다의 차량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특히 트랙스를 제외하고 실용성과 효율성에 집중한 국내 SUV 시장에서 VTEC을 통해 원초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모습은 혼다의 고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매직 시트와 넓은 적재 공간을 통해 소형 SUV가 갖춰야 할 기대 이상의 실용성과 넓은 적재 공간 등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혼다 HR-V에 대한 불안 요소가 있다면 HR-V 출시 이후 특별히 존재감이 남는 마케팅 활동이 없었다는 점과 아무리 다양한 구매 프로그램 및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HR-V에 적용된 3,190만원의 가격은 아무래도 경쟁 모델, 특히 푸조 2008이나 시트로엥 C4 칵투스와 비교 했을 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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