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사법연수원 38기)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에서 ‘사법제도 개선의 경과와 향후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그간의 사법개혁이 거시적 제도 변화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재판 현장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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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판사는 지난 30여년간의 사법제도 개선 성과를 분석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1993년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시작으로, 세계화추진위원회(1995), 사법개혁추진위원회(1999), 사법개혁위원회 및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2003~2006),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2010~2011) 등을 거치며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 국민참여재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법조일원화 등 큰 틀의 제도 개선은 이뤄졌다”면서도 “정작 시급한 현장의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법원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법관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 1인당 사건 수가 과다하고 우수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재판 절차의 효율화다. 형사재판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활성화, 조건부 석방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하고, 민사재판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마지막은 정보통신기술 활용 방안이다. 이 부장판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재판 실무에 적절히 도입하고, 온라인 법원 설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다른 토론자들은 사법부가 당면한 또 다른 과제들을 제시했다. 김참(37기) 헌법재판연구원 기본권연구팀장(선임헌법연구관)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위가 무너지면 당사자들간 사적 제재가 난무하게 될 것”이라며 사법부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선영(32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친절 일변도의 대국민 서비스보다는 법원의 권위를 회복하고 법정 질서유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법원의 권위에 대한 부당한 도전에 대해서는 법원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훤(38기)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은 사법개혁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했다. 오 연구관은 “사법개혁의 주체가 사법부·행정부에서 국회로 이동했으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필요한 입법이 지연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관 증원 더 미룰 수 없어…국회 협조 필요”
토론자들은 현재 법관 정원 3214명, 재판연구원 정원 400명 수준으로는 폭증하는 사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법관 보수의 현실화, 연금제도 개선, 조기 지급 방안 검토, 로클럭(재판연구원) 대폭 증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법부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와 관련해서 토론자들은 법관 임용과 인사제도 개선, 법원 예산의 독립성 확보, 사법행정권한의 분산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관 인사제도와 관련해서는 평가제도의 객관성 확보와 함께 법관들의 업무 열의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재판 실무 혁신을 위해서는 1심 재판부 단독화 확대 검토, 국민참여재판 필수화 대상사건 도입, 민사재판에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AI 기술의 단계적 도입방안 수립 등이 제안됐다. 특히 AI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는 기본권보장 및 평등의 원칙, 신뢰성 원칙, 합법성 원칙, 책임성 원칙, 투명성 원칙 등 5가지 원칙 하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토론자들은 “이러한 과제들이 예산과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이지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라며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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