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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것으로 믿고 싶지만 (황 회장이) 경찰 출석 요구도 받은 바 있고 정치자금법 위반해 검찰에서 기소하려 하지 않나요. 아현화재로 보상금이 350억 이상 되고 소송까지 가면 수천억이 될 수 있습니다. KT가 이렇게 망가져 있고 사기가 땅에 떨어졌어요. 17일(KT 화재 청문회)에 또 국회에 나가지 않나. 더이상 변명과 거짓말을 하지 마소. 스스로 정리하고 용퇴하면 KT가 새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국민 기업 KT를 생각하시면 이 자리에서 용퇴하시길 부탁드립니다.(KT민주동지회 의장)”
황창규 회장, 화재 사과..용퇴요구에는 “언급 어려워”
29일 열린 KT 정기주주총회에서 민주동지회 의장인 박 모씨는 발언권을 얻어 황창규 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전임 정권 때 KT 대표이사(CEO)가 된 황창규 회장이 사퇴하면 KT가 살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날 주총 의장으로 사회를 봤던 황 회장은 어두운 얼굴로 “이번 화재로 주주와 피해 고객 모두에게 송구스럽습니다. 더 나은 국민기업으로 나갈 수 있도록 복구와 함께 전임직원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입니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주주들에게 더 큰 가치로 보답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의견은 주총과 무관하고, 수사 중인 사건이니 이 자리에서 논의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또 “(본인에 대한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주주대표소송은 감사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입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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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황창규 회장 불법 증거 없다
현재까지 황창규 회장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수사당국의 발표는 없다. 쪼개기 후원금 수사는 진행 중이고, 황 회장이 지시했느냐 여부도 가려지지 않았다.
KT 통신구 화재 사건이 황 회장의 부실 경영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도 논란이다. 물론, 통신 국사 관리를 제대로 안 하고 전화국 등급 신고를 누락한 책임은 있지만, 다른 통신사들도 대체로 마찬가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심장인 통신망의 재난에 대비하는데 소홀했던 정부 책임도 상당하다.
경영고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불법적인 일에 관여한 증거가 밝혀져야 황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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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민주동지회 의장의 발언 중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KT 임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을 동원해 전임 CEO를 몰아낸 사례가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 등 두 차례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KT 임직원들은 동요했다.
“황 회장이 스스로 정리하고 용퇴하면 KT가 새로 일어날 수 있다”는 민주동지회 의장 말은 맞는 것일까. KT 안팎에서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정부가 미워하니, 여당이 미워하니,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지금 나오면 회사는 살릴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
다른 사람은 “이제 정권 교체기마다 민간기업 CEO를 바꾸려던 정치권의 외풍을 끊어야 한다. 황 회장이 버텨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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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T 주총장에서 발언한 다른 주주들은 “1년 동안 언론이나 포털을 보면 KT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많이 나서 주가나 경영환경에 영향을 준다. 이런 일이 없도록 역할을 잘해서 주가도 배당도 오르도록 강력히 요청한다”, “올해 본격 투자할 5G와 관련해 효율적으로 진행해 대한민국이 1등하고, 그 중심에 KT가 있었으면 한다. 제 주식도 올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기 CEO 선임 준비 들어가..경쟁사 주총과 다른 모습
황창규 회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는 5G의 혁신 서비스를 선보여 5G 성공을 견인하고 차기 CEO 선임을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해 한단계 높은 성과를 돌려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훌륭한 차기 CEO를 뽑기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는 의미다. 이날 KT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낸 김대유 이사를 선임했다.
또, 새로운 사외이사로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차관과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을 지낸 유희열 이사와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회 위원을 맡고있는 성태윤 이사를 선임했다. 이들은 이강철, 김대유, 장석권, 김종구, 이계민, 임일 이사 등과 함께 KT의 차기 CEO 선임에 역할을 하게 된다.
KT에는 8명의 사외이사가 있는데, 이번에 유희열 이사 합류로 여권과 인연이 있는 이사가 3명이 됐다. 이강철 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동한 바 있다.
한편 KT의 경쟁회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26일 SK텔레콤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에게 “역대 최고로 시장과 소통하는 CEO다. 임기가 금년말로 아는데 본인이 (연임을)결정하실 순 없겠지만 나갈 의향이 있는가”라고 칭찬해 주총장에는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황창규 회장의 경영에 대한 공과와 별개로, 국내 최대의 기간통신 회사이자 ICT 생태계의 맏형,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한 KT 주총에서는 왜 이런 덕담을 보기 어려울까.
투명한 지배구조, 재벌이 아닌 지배구조, 주인 없는 지배구조가 오히려 KT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