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서 보호"…美 기린 멸종 위기종 목록에 추가 추진

아프리카 서식 포유류 대상 지정은 처음
북방 기린 3종, 1985년 이후 77% 급감
기린으로 만든 양탄자·신발 등 수입 제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업 제품 원천 봉쇄 효과"
  • 등록 2024-11-21 오후 5:09:47

    수정 2024-11-21 오후 5:09:4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인 기린이 개체수 급감으로 미국 정부가 멸종 위기종 목록에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이데일리 DB)
20일(현지시간) NBC 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은 서아프리카·코르도판·누비아 등 북방 기린 3개종을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멸종 위기종에 처한 것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그물무늬 기린과 마사이 기린을 멸종 위기종으로 등재할 것을 제안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기린이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미 연방 정부의 보호를 받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한 북방 기린 3개종은 1985년 이후 개체수가 2만5653마리에서 현재 5919마리로 약 77% 급감했다. 그물무늬 기린은 케냐에 1만5985마리, 마사이 기린은 약 4만5400마리가 남아 있다. 이는 1970년대 대비 약 67% 감소한 규모다. 미 당국에 따르면 기린은 밀렵,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마사 윌리엄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장은 성명에서 “기린에 대한 연방 보호는 취약한 종을 보호하고, 야생 동물 밀매를 퇴치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관행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조치는 기린 보존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국이 기린 감소에 더 이상 기여하지 않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조치가 기린으로 만든 양탄자와 보석, 신발 등의 제품의 수입을 제한, 기린 밀렵을 단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린을 미국으로 수입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해 불법 사냥과 거래를 줄여 기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타냐 사네리브 국제 법률 책임자는 “이번 결정이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상업적 제품의 영역을 거의 완전히 봉쇄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어 ”기린 가죽 베개, 기린 뼈로 만든 칼 손잡이 등 기린 부품을 사용하는 수많은 물건의 상업적 시장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야생동물 시장인 미국 시장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이 지난 2018년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기린 제품의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해 최소 10년 동안 약 4만마리를 수입했다. 미국 사냥꾼들은 아프리카로 가서 기린을 죽이고, 주로 머리와 목 등 신체 일부를 전리품으로 가져와 상패나 벽에 걸었다.

이번 제안은 내년 2월19일까지 90일간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1년 이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환경 단체들은 2017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에 기린 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21년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합의에 따라 일부 기린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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