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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고은(68)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이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상윤)는 고씨가 최씨와 박진성 시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씨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씨를 비롯한 언론사들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씨가 자신의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하면서 지난해 2월 불거졌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후 고씨는 최씨와 자신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박씨, 이들의 폭로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지난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최씨가 제기한 1992~1994년쯤 탑골공원에서 있었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최씨의 진술이 사건에 대한 묘사 등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최씨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 등을 종합하면 진실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진성 시인이 2008년 모 대학교 강연 뒤풀이 자리에서 고씨가 20대 여성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에 나와 진술을 하지 못해 진술이 얼마나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박씨는 피해 여성에 대해 전혀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해당 내용은 허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저명한 문인으로 문화예술계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인 고씨에 대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관심사로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위법성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최씨는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럽게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며 “진실 은폐에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