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물갈이로 총선 체제 구축…지역行도 늘려
최근 강원도의 한 지역구 의원은 5급 비서관을 지역신문 기자로 교체했다. 앞서 같은 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 역시 강원도 지역구 안착을 위해 지역 언론 기자를 비서관으로 뽑았다. 지역 사정과 민심을 잘 알고 공보 능력도 겸비한, 총선 맞춤형 인재란 판단에서다. 이에 비해 영남권 한 다선 의원은 얼마 전 국회 상임위원회 정책을 도맡았던 보좌진 내보내는 대신 지역 토박이를 들였다. 지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의원들이 보좌진을 교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4명, 인턴 1명 등 총 9명 보좌진의 임면권을 갖고 있고, 의원실 사정에 따라 상시적으로 임면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거라는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전략적인 보좌진 교체는 반복돼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올해 국감이 남아 있지만, 솔직히 지역에서 국감이나 정책공약에 신경쓰는 게 아니잖나”라며 “정책 분야를 포기하고 표를 많이 끌어올 수 있는 보좌진을 쓰는 건 의원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선거 선수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아예 지역에서 산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지난 총선 때랑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데다 현역은 반드시 경선을 거치도록 해서 지역활동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잇단 개소식…눈치작전도 여전
당 안팎 사정에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비례대표 가운데선 ‘양다리’를 걸친 이도 있다. 사무실은 연고가 있는 지역에 두되, 지역활동은 고향에서 펴는 식의 눈치 작전이다. 총선 공천룰이 정해진 뒤에 보다 유리한 곳을 택하겠단 계산이다. 지역을 정한 비례대표 의원실의 보좌진 교체도 당연한 수순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처럼 연고가 적거나 기반이 약한 의원일수록 빠르게 ‘접수’하기 위해서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자제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실상 임시직이지만 채용되는 이들도 이력서에 한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라 상부상조”라고 귀띔했다.
한편 잠룡들의 총선 등판 여부는 벌써부터 관심도 높은 이슈다. 민주당에선 여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호감도 1위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총선 전 총리직을 사퇴하고 총선에 직접 나설지 여부가 관심 대상이다. 여야 통틀어 대선주자 호감도 1위를 달리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같은 상징적인 지역에 직접 나설지, 비례대표 후순위 ‘배수진’을 치며 선거를 총지휘할지 주목된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여권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야권의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행보도 주목 받는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총선 공천룰을 결정하는 조직을 가동하는 등 선거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국회의 원심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단 전망이 나온다. 당장 4월 임시국회의 개점휴업 상태를 두고도 여야 정쟁이 주요 원인이지만 ‘콩밭’에 마음이 가 있는 의원들의 의지 부족 역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은 4년 임기제라 임기를 1년 남겨둔 지금부터 레임덕 아닌 레임덕에 접어들어 연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며 “공천 룰 얘기가 나올수록 국회는 어수선해지고 의원들은 지역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