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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김모(34)씨는 19일 오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 호송 차량에 올랐다. 취재진의 질문만 허공을 맴돌았다.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이번 사건은 뚜렷한 이유가 없는 ‘무동기(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대표적 사례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심리적 공황상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분노감·열등감 등에 휩싸인 소외 계층의 범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심리 치료 등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묻지마 범죄’ 매년 50건..상해·살인 등 강력 범죄 비중 높아
대검찰청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는 2012년 55건·2013년 54건·2014년 54건 등 해마다 50건 이상 일어난다. 지난해는 7월까지 28건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2012~2014년 기준 총 163건 가운데 상해가 87건(53%)을 차지했으며 살인도 41건(25%)이나 됐다. 이어 폭행 16건(9%), 협박 12건(7%), 방화 4건(2.45%), 손괴 3건(1.8%) 등의 순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 범행을 저지르는 경향이 커 살인과 상해 등 강력범죄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묻지마 범죄’의 경우 △현실 불만과 절망 △정신질환 △알코올 등 약물중독 등 2~3가지 요인이 서로 혼재돼 동시 작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사건 피의자 김씨 역시 2008년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4차례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가 범행 대상이 된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들어서도 여성 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는 4번이나 치료를 받은 정신분열환자”라며 “‘여성혐오 범죄’라기 보단 환각이나 망각 상태에서 액팅 아웃(행동화)해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대상을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경우 사회 양극화 등으로 인한 불만과 갈등이 쌓여 표출되는 만큼, 대응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애꿎은 여성이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양극화 문제나 분노·갈등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감정 조절을 못하고 낯선 사람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범죄는 대처하기 어렵다”면서도 “유가족의 트라우마가 더 클 수 있어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 행렬은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오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학교 재량휴일이라 찾았다는 고교 3학년 조모(17·여)양은 “인터넷에서 사건을 확인하고 추모하고 싶은 마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성공회대 등 대학가에도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등 추모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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