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격’ 바뀌는 윤활유 시장… 선점 나선 정유업계

SK루브리컨츠·현대오일 등 잇단 신제품 출시
국제규격 내달 1일 개정, 친환경·연비개선 초점
불황 빠진 정유사들 ‘고부가’ 윤활유 중요성 ↑
고도화율 높아 유리, 연평균 13% 성장 전망
  • 등록 2020-04-16 오후 5:29:34

    수정 2020-04-16 오후 7:42:59

SK루브리컨츠는 다음달 1일 친환경 프리미엄 윤활유 ‘SK지크’ 신제품을 출시한다. (사진=SK루브리컨츠)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악의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고부가 윤활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기본적인 정유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사업인데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윤활유 수요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16일 SK이노베이션(096770)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는 다음달 프리미엄 윤활유 ‘SK지크(ZIC)’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출시할 제품은 총 12종으로, 미국석유협회(API)와 국제윤활유 표준화 및 승인위원회(ILSAC)의 신규 국제규격 ‘GF-6’를 총족한다. 차량이 저속 운행시 연료가 필요 이상으로 점화하며 엔진에 무리를 주는 현상을 방지해주고 연비도 대폭 개선해주는 게 특징이다. 현재 SK루브리컨츠는 전기자동차용 윤활유 연구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신규 국제규격을 충족하는 윤활유 신제품 ‘현대 엑스티어 울트라’를 출시한다. 신규 국제규격이 발표되는 다음달 1일이 공식 출시일이다. 이번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엔진내 마찰을 평균 25% 줄이는 동시에 차량 연비를 향상시켜준다. 또한 노후 차량에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누유 현상도 예방해준다.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 외에도 GS칼텍스, 에쓰오일 역시 윤활유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활유 시장에서 API와 ILSAC가 지정하는 국제규격은 ‘글로벌 스탠다드’인만큼 국내 업체들의 신제품 경쟁이 치열하다. 윤활유 국제규격은 우선 API 기준을 통과한 제품 가운데 연비개선 테스트 여부에 따라 ILSAC 등급이 부여된다. 기존의 국제규격 등급은 ‘GF-1’부터 ‘GF-5’까지였지만, 이번 신규 개정으로 GF-6란 등급이 새로 나온다. 자동차 엔진 기술, 연비, 배출가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규격 개정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며 “미국 중심의 국제규격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은 그만큼 미국 자동차 시장이 커 윤활유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활유를 판매하는 정유업계 입장에선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규격인만큼 이에 맞춰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국내 정유업계는 이미 윤활유와 윤활기유(윤활유 기초원료)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윤활유 사업이 갖는 고부가가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이 본업인 정유사업으로 얻는 이익률은 불과 2~3% 수준에 불과하지만 윤활유나 윤활기유의 이익률은 10~20%에 달한다. 전체 매출대비 비중은 정유사업에 비해 낮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 대비 윤활유 사업(SK루브리컨츠) 비중은 23%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0.2%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최근 친환경, 고연비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유업계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그룹3’ 제품은 수요가 더욱 견조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윤활유 등급은 그룹1부터 5까지 총 5가지 그룹으로 분류되는데 그룹3부터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통한다. 실제 시장분석기관 IHS마킷에 따르면글로벌 친환경 윤활유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 1분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윤활유 사업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도화율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 입장에선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윤활기유는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들어지는데,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고도화율은 약 3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3 윤활유 제품의 경우 매년 10% 이상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 규제 등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전체 윤활유 수요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유럽은 물론, 미주, 중동지역까지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후원 중인 울산현대축구단 조현우(왼쪽) 선수와 이청용 선수가 현대엑스티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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