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문제 적발 못한 소방공무원…대법 "직무상 과실 아냐"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4명 사망 등
소방특별조사 있었지만 도어클로저 미적발
원심 "시공·감리업체·경기도 공동 배상해야"
대법 파기환송 "방화시설, 필수조사항목 아냐"
  • 등록 2024-02-22 오후 6:16:51

    수정 2024-02-22 오후 6:16:5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방화문을 자동으로 닫아주는 장치(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와 관련해 하급심 재판부는 경기도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구 소방시설법령에서 정한 소방대상물에 대한 소방특별조사의 조사항목의 범위에 대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

지난 2015년 1월 10일 오전 9시26분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차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유족들이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구 소방시설법령에 의하면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됐는지 여부는 방화시설의 설치, 유지 및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고,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조사 항목에 포함할 수 있는 항목”이라며 “이와 달리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2013년 12월 경기도 일대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소방특별조사 계획상 구 소방시설법령에 따른 소방시설 등을 조사항목으로 했을 뿐 방화문 등 방화시설은 조사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2014년 10월 15일 의정부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했고, 3층부터 10층까지 계단실 앞 방화문에 건축법령을 위반해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도 이를 적발하거나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2015년 1월 10일 해당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고,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은 방화문을 통해 건물 내부와 상층부로 확산되면서 거주자 4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에 유족들은 경기도를 상대로 소방공무원이 소방특별조사 당시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조사 및 시정조치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유족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아파트 시공사와 감리업체, 경기도가 공동으로 17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기도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결론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구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소방공무원에게는 방화시설 중 일부인 방화문의 설치 및 유지, 관리에 대해 조사하고 시정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소홀히 한 소방공무원에게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경기도가 패소부분에 대해 상고한 가운데 대법원은 구 소방시설법령에 따른 소방특별조사 당시 소방공무원에게 아파트 계단실 앞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소방공무원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구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는 소방특별조사의 세부항목에 관해 각 호에서 ‘소방안전관리 업무 수행에 관한 사항’, ‘소방계획서의 이행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방화시설을 기본항목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소방공무원이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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