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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절반만 “韓 방어해야”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7~18일 조사에 응한 미국인 3242명 중 50%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군이 방어하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5% 대비 5%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년 전 63%와 비교하면 무려 1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2015년 47%를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특이한 것은 보수층에서 한국 방어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46%만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57%)보다 11%포인트 더 낮았다. 지난 수십년간 공화당 지지층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방어 여론을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만 해도 공화당 지지층의 68%가 한국 방어에 찬성했다.
최근 미국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한 초유의 하원의장 축출 사태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조사 결과가 내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커지고 있다. 미국인 63%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물자를 추가 제공하는데 찬성했는데, 이는 2022년 7월 당시 72%보다 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아울러 미국인들은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일본과 군사 충돌을 일으킬 경우 미군을 투입할지 여부에 대해 55%가 반대했다. 찬성 비율은 43%에 그쳤다.
CCGA는 “미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당파적인 분열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공화당원은 불법 이민을 막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싸우기 위해 미군을 사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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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핵 무장에 대한 여론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웠음에도 보수 진영 일각을 중심으로 한국의 자체 핵 능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미트 롬니 상원의원(유타주)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가 개최한 한반도 안보 청문회에서 “북한을 이웃으로 둔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내가 그곳에 산다면 핵 균형이 결여돼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핵 보유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변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이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 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맹국 방어를 줄일 테니, 스스로 방어하라는 게 굵직한 기조인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 능력 증강으로 인해 한일 양국에서 미국 핵우산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