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으로 이틀 연속 하루 확진자 9만명을 넘기는 등 확산세가 커지며 국내 ‘코로나19 청정 구역’은 사라졌다. 산업계는 물론 경찰·소방에서부터 의료계, 교육 현장까지 오미크론이 번지면서 사회 유지 필수 기능이 마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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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셧다운’ 우려에 우리 기업들도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 델타 변이 등에 비해 오미크론의 중증 위험도가 낮긴 하지만 대규모 확진자가 나올 경우 자칫 생산 차질 등 회사에 적잖은 피해가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죽염을 생산하는 기업 인산가는 현재 콜센터로 출근 중인 전화판매 인력을 재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또 경남 함양에 있는 죽염 생산 공장 인력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올 경우 곧바로 휴일을 포함한 7일간 유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김형석 인산가 전무는 “급작스럽게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전화 판매 인력을 포함해 집에서도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놓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인산가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편이지만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재태근무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소기업이다 보니 재택근무가 어려워 대부분 정상 출근해 근무하고 있다”며 “의심 증상자가 나오면 해당부사 인력을 당분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회사 전체적으로 방역작업을 진행하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계속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기업들도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 부담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께 울산공장 시트 생산동을 포함해 40여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사태가 다시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인력관리에 힘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필수인력을 제외하곤 5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비대면 회의와 출장 제한, 외부인 출입 금지, 층간 이동 제한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과 SK, LG 등도 오미크론 대유행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장 내 한시적으로 대면 회의 및 교육 전면 금지 등 코로나 대응 지침을 강화했다. LG전자 등 LG 계열사들도 지난달 27일부터 △재택근무 종전 30%에서 50% 이상으로 상향 △회의는 비대면 권장, 필요시 참석 인원 10인 이하 운영 △집합교육 및 행사 자제, 비대면 권장 △회식 자제 △외부 방문객 사무실 출입 자제 △해외 출장 시 사전 승인 및 출장 기간 중 일일보고 △사내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 중단 등 강화된 특별방역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경찰·소방·의료·교육 등 사회 필수 인프라 마비 우려
경찰 소방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에서는 확진자 급증으로 공공 인프라의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경기 지역의 소방서에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비번자들까지 불러 코로나 검사를 하게끔 돼 있어 오미크론이 더 확산하지 않게 절차가 돼 있다”며 “그럼에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소방관계자는 “확진으로 인력이 빠지면 출동 나갔을 때도 손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라며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경찰의 상황도 비슷하다.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치안 공백’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서울 지역 모든 경찰서가 난리다. 특히 수사부서 인력이 코로나19 확진이 되면 수사에 차질을 빚어져 상황이 어렵게 돌아간다”며 “인력이 모자란 팀에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오면 정말 치안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순경 역시 “최근 인천의 파출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모든 지구대·파출소가 비상사태”라고 전했다.
의료계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진료과에서 의료진이 확진되면 외래가 없는 의료진이 대진을 보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남아 있는 의료진들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외래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하는 고1 학부모 이모(52)씨는 “학교에는 등교·대면수업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하면서 왜 자가진단은 권고로 맡기는지 모르겠다”며 “자가진단을 학생·학부모 자율에 맡기게 되면 무증상자의 경우 양성인지 모르고 등교하게 되고 그러면 학내 전파 위험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블루… 사회문제로 비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각종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복지관, 경로당 폐쇄에 반강제로 인적 교류가 끊긴 어르신들,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학생들 등이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정신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19~71세 성인 2063명을 대상으로 작년 12월 실시된 조사에서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으로 나타났다. 40대 직장인 윤모씨는 “코로나19 전엔 평소에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1년에 한번씩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며 “이젠 여행은커녕 노래방 가는 것도 생각할 수조차 없고, 혼술만 늘었다”고 했다.
인륜지대사로 꼽혀온 관혼상제, 즉 결혼식과 장례식 등에도 코로나 여파가 크다. 결혼식 참석인원은 99명에서 299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인원 제한이 있고, 하객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식사 한 끼 함께 할 수 없는 등 ‘잔치’ 분위기는 퇴색됐다. 장례식장은 조문객들이 충분한 애도를 할 수 없는 여건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지난달 말까진 화장 후에야 장례가 가능했고, 유족들은 고인에 작별인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지난달 말 결혼식을 올린 전모씨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 기다리다가 식을 올렸는데, 단체 감염이라도 생길까봐 적극적으로 하객들을 부르지 못하겠더라”며 “인생에 한 번뿐인 행사인데 속상했다. 결혼식은 미룰 수라도 있지, 장례식 치러야 하는 분들 마음은 더 아플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사태로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가정 내 불화와 갈등으로 이혼과 아동학대 사건이 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만2619건에서 2020년 1만6149건, 지난해의 경우 9월 현재 1만9582건에 달해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