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파병사상 초유 집단감염…예고된 재앙이었다

전체 부대원 301명 중 247명 `82% 확진`
정부·군 당국, 늑장대처, 백신 대책 전무
軍, 사태 초기 감기약 처방만 ‘총체적 人災’
野질타 "北나눌 백신 있으면 장병에 써라"
  • 등록 2021-07-19 오후 6:05:36

    수정 2021-07-19 오후 9:02:2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예고된 재앙이었다.”

파병사상 초유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사태를 두고 군 안팎에서 꺼낸 이야기다.

백신접종 없이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인 함정에서 5개월 동안 군 작전을 수행해온 장병들의 ‘집단감염’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부대의 초기 늑장대응과 국방부·합참의 방역 무지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34진 승조원 301명 중 19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247명에 달한다. 전체 승조원 가운데 82%가 감염된 것이다.

군 당국은 전날 오후 공군 수송기를 현지로 급파해 부대원 전원을 복귀시키는 신속 작전에 착수했지만, 대참사를 초래한 군 당국의 허술한 감염병 위기관리 능력은 두고두고 비판받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항구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 중인 특수임무단 장병들 모습(사진=국방부).
감염병 매뉴얼, 백신 대책도 없었다

최악의 군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군의 허술한 감염병 대응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함정은 바다 위 3밀 공간으로,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3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취약성을 경험했던 함정 내 확산에 군이 다시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초 감기 증상자가 발생했을 때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을 통해 대응했다면 사태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무대왕함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고, 지난 2일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부대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의뢰가 아닌 감기약 처방이 전부였다.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합참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십명의 장병들이 감기 증상을 호소했을 때도 신속항체검사 간이검사만 실시했고 음성으로 나오자 별다른 격리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군 당국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도 아쉬움을 남긴다. 격벽이 많아 밀폐되고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된 함정을 해외 파병하면서도 백신 사전 접종이나 파병 후 접종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장병들이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파병된 것과 관련, “군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8일 출항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5월말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한국에 지원한 얀센 백신을 공급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얀센 백신 역시 질병청에서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접종연령 제한을 둠에 따라 제한사항이 있었다”며 “설령 (얀센 백신의) 해외반출이 되더라도 이상반응 대비가 제한되는 점 등을 이유로 접종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보건당국도 유통상 문제로 백신 공급이 어려웠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비행기를 통해 백신을 보내야 하고, 또 백신의 유통 문제 등이 어렵다고 판단돼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청장은 “(합참측과) 국외 반출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언급해 정부가 해외파병 대원들의 백신 접종에 신경을 썼다면 충분히 접종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와 군이 우리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며 “응급상황 대처가 어렵고, 보관이 어려워 백신 접종이 어려웠다면 최소한 감염대응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알량한 대북 환상에서 벗어나 북한과 나눌 백신이 있다면 일선 국군 장병을 위해 먼저 사용하라”고 일갈했다.

청해부대 조기 귀국시킬 수송기 현지 도착

이른바 ‘오아시스 작전’으로 명명된 사상 초유의 귀국 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전날 200명 규모의 특수임무단을 태우고 현지로 출발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는 이날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이경구(준장)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수임무단은 해군 148명, 공군 39명, 의료진 13명 등 약 200명으로 꾸려졌다. 전원 유전자 증폭(PCR) 검사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백신 접종도 완료했다.

이 가운데 해군 148명은 현지 도착 후 방역조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청해부대 34진과 비대면 인수·인계 절차를 거쳐 문무대왕함을 인수해 국내로 복귀한다. 수송기 이·착륙과 함정 인접국 접안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청해부대 34진 부대원들은 한국시간으로 이르면 20일 오후 늦게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조원들은 입국 직후 곧바로 격리·치료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방역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청해부대원의 국내 도착에 대비한 전담의료기관 및 생활치료센터, 격리시설 등을 확보해 신속한 치료와 회복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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