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최고가 6위'…이중섭 '소' 47억원 팔려

서울옥션 '제147회 미술품 경매'서
8년 만에 출품한 소 그림으로 관심
'국내 경매최고가' 6위로 등극하며
'황소' 가진 작가최고가 기록도 깨
  • 등록 2018-03-07 오후 7:21:21

    수정 2018-03-07 오후 7:48:45

이중섭의 ‘소’(연도미상). ‘황소’ 이후 8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선 이중섭의 소 그림으로 화제를 모은 ‘소’가 7일 연 서울옥션 ‘제147회 미술품 경매’서 47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격한 싸움을 마친 듯 소의 슬픈 전율이 압도적인 작품은 작가 최고가로 등극한 동시에 단숨에 ‘국내 미술품경매 최고가’ 6위에 올라섰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대향 이중섭(1916∼1956)의 ‘소’가 47억원에 팔렸다.

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제147회 미술품 경매’에서 ‘소’는 시작가 18억원을 호가한 뒤 치열한 경합 끝에 47억원을 부른 현장응찰자에게 돌아갔다. 8년 만에 경매시장을 통해 대중 앞에 나선 ‘이중섭의 소 그림’으로 관심을 끈 ‘소’는 이로써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날 47억원에 낙찰되면서 ‘소’는 작가 최고가의 작품으로 등극한 동시에 단숨에 ‘국내 미술품경매 최고가’ 6위에 올라섰다. 이전까지 작가 최고가는 지난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 6000만원에 팔린 ‘황소’(1953년경)가 가지고 있었다. ‘황소’ 이후 이중섭의 소 그림은 한동안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간 9위에 랭크됐던 ‘황소’는 한 계단 내려가 10위를 기록하게 됐고 이중섭은 10위 안에 두 작품을 올렸다.

현재 ‘국내 미술품경매 최고가’ 중 1∼5위는 지난해 65억 5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고요 5-Ⅳ-73 #310’(1973)를 비롯해 김환기의 전면점화 5점이 올라 있다. ‘12-Ⅴ-70 172’(1970·63억 2626만원), ‘무제 27-Ⅶ-72 228’(1972·54억원), ‘무제’(1970·48억 6750만원), ‘19-Ⅶ-71 209’(1971·47억 2000만원) 등의 순이다.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 2000만원에 낙찰되며 10위 안에 한 점을 올린 박수근의 ‘빨래터’(1961·45억 2000만원)는 이제 8위로 역시 한 계단 내려가게 됐다.

제작연도가 확실하지 않은 ‘소’는 종이에 오일로 그린 작품으로 28.2×45.3㎝ 크기다. 격한 싸움을 마친 듯한 한 마리 소가 전하는 슬픈 전율이 압도적인 ‘소’는 이중섭 자신의 애절한 심상을 온전히 옮겨낸 작품이다. 마르고 지친 모습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의 형상을 자신의 처지에 투영했다. 늘어뜨린 얼굴의 이마에는 상처로 생긴 붉은 피가 묻어 있고 선연한 그 흔적을 뚝뚝 바닥으로 떨구고 있다.

이전까지의 소 그림과는 다른 특이점이 눈에 띈다. 소를 단독으로 그린 경우 대개 화면 왼쪽을 향하던 다른 소들에 비해 ‘소’는 오른쪽으로 머리를 뒀다. 뼈대와 근육, 동선 등이 적당히 그은 선 이상이어서 해부학적으로도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를 둘러싼 배경도 남다르다. 소가 하늘인 듯 땅이 소인 듯, 천지가 황토색 진한 앙상한 소와 ‘일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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