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부가 응급실 셧다운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5일 응급실 상황이 열악한 이대목동병원에 군의관 3명을 파견했지만 해당 병원은 응급실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들에 대한 복귀를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이날 군의관을 파견키로 한 강원대병원에는 군의관이 투입되지 않은 사례도 나왔다.
|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119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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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 서울 내 대형병원 7곳을 포함해 전국 대형병원 25곳의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기준으로 수도권 8곳, 영남권 6곳, 충청권 6곳, 호남권 3곳, 강원권 2곳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해 매일 진료 제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날 기준 응급실을 부분적으로 운영 중단한 병원은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4곳이다.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선 대형병원 응급실에 최소 전문의 10~12명이 배치돼야 하는 것으로 본다. 2인 1조가 12시간씩 돌아가며 매주 3, 4차례 근무하는 방식인데 최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대형병원 25곳 응급실이 ‘나홀로 당직’ 위기인 상황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수요일 야간엔 성인 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현장에선 향후 운영에 차질 빚는 응급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환자 수용 거부 병원이 많아지면서 구급센터가 구급대 대신 이송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가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9건)보다 131%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투입한 공보의·군의관들이 실제 응급실 대응력이 떨어져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날 군의관을 돌려보낸 이대목동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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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배후진료 전문의도 없어 의료공백에 따른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군의관 투입과 관련, “업무 범위에서 병원마다 해당 사항이 조금씩 다 다를 수가 있다”면서 “그런 상황과 군의관 이해가 좀 달라서 업무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그런 사례들도 지금 계속 보고가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배후진료 우려에 대해서는 “응급 진찰료 인상, 건강보험 수가 상향 등으로 진료 역량를 강화하고 진료지원(PA) 간호사 활용, 환자 분산, 신속 전원 등 종합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49명의 원로교수는 최근 의료사태 관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원로교수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호소’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대한민국의 의료를 ‘공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응급의료, 필수의료, 그리고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