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우 거래소 부장 "정치테마주와의 전쟁? 기업과 투자자 지키는 일"

남찬우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장 인터뷰
사이버얼럿 통해 정치테마株 주가 안정 꾀해
"투자자와 상장법인에 무한 책임감"
  • 등록 2018-03-07 오후 7:00:50

    수정 2018-03-07 오후 7:05:10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안희정 미투 폭로. 성폭행 파문. 몰락. 충남도지사 사퇴. 더불어민주당 탈당 조치 및 제명. 끝난 정치생명.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안희정 사태에 지난 6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가 분주해졌다. 증시 개장과 동시에 소위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줄줄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비이성적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지며 시장에 떠도는 안희정 테마주를 파악하고, 이들 종목의 주가 동향을 체크하며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종목은 대표이사가 안희정 전 지사와 동문이라서, 이 종목은 안 전 지사의 고향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이 기업은 충남 서천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서 안희정 테마주라네요. 일부 세력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정치인 테마주로 둔갑시키다 보니 저희도 관련주를 찾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뒤져야 해요. 그렇게 파악한 기업의 주가가 비이성적 등락을 보이고 있으면 해당 기업에 직접 연락해 안 전 지사와 실제 연관성이 있는지를 시장에 공시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보호부를 이끌고 있는 남찬우 부장(사진)은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모니터를 확인하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 흐름과 해명 여부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옆에서 지켜보며 다소 의아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현시대에 아날로그 한 대응 조치에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거래소의 해명 권고에 백금T&A와 대주산업, 청보산업, 프럼파스트 등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는 아무런 사업 연관이 없다’며 공시했고 이후 낙폭이 줄어드는 게 확인됐다.

남 부장은 “선거 시즌이나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사이버얼럿(Cyber Alert·경보시스템)을 통해 주가 안정을 꾀했다”며 “정치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락하면 투자자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잃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사이버얼럿은 지난 2016년 7월 도입된 제도로 시장루머 등으로 주가가 급등락했을 때 거래소가 기업에 루머를 해명할 것을 권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주가를 안정시키려는 조치다.

이 제도가 빛을 본 게 제19대 대선 때다. 남 부장 지휘 아래 투자자보호부 직원들이 사이버얼럿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루머에 대한 기업의 해명 공시가 대폭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 당시와 비교해 정치테마주의 난립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치테마주는 선거 국면에서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이상 급등을 보이거나 불공정 거래 시비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하지만 19대 대선에서는 금융당국(한국거래소)의 투자주의 종목 지정, 조회공시 요구 등 적극적인 시장조치와 기업의 수시공시 확대 등으로 정치테마주 현상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남 부장은 “일부 기업의 경우 급등 때는 침묵하다 급락 때 해명에 나서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 루머에 대한 해명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라며 “기업 내용을 시장에 정확히 알리는 것은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찬우 부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부, 상장공시부 등을 거쳐 현재 투자자보호부를 맡고 있다. 그는 상장법인 공시담당자의 교육프로그램 마련, 상장법인 내부통제 구축 및 무료 컨설팅 실시, 상장법인 대상 내부자거래 예방교육 시행, 불공정거래 예방 방안 마련 등 상장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제안 및 도입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러한 성과는 그의 평소 신념과 무관치 않다.

“평소 후배들에게 투자자와 상장법인에 무한 책임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투자자와 상장법인이 존재함으로 거래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시장관리를 잘해야 자본시장이 성장하고 투명해집니다. 이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투자자가 보호받는 시장에서 기업은 원활한 자금 조달과 경영 활동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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