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된 그는 서울고등법원, 춘천지법원장 등에서 28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다 행정부인 방통위로 왔다. 그에게 지식재산권 문제를 다루는 특허법원 부장판사와 한국정보법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이력은 방송통신분야 전문 규제기관의 수장으로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됐다.
최 위원장은 이날 열린 퇴임식에서 “공정한 입장에서 양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을 적용해 최종 판단을 하거나, 양 당사자를 설득해 조정해 온 경험이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미 발생한 사안에 대해 법의 해석을 통해 판결이나 조정을 하는 사업부와 달리, 방통위에서는 이를 뛰어넘어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만들며 입법까지 준비해야 하는 적극적인 행정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그가 방통위 상임위원 전체 회의를 이끌 때 소통과 합리적 절차를 강조하는 일은 적지 않았다.
여야 추천 위원으로 꾸려진 합의제 조직의 특성상 정치적인 이슈로 의견이 다른 적도 있었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기업들을 규제해야 할 때 해당 사업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방통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방통위 전체 회의가 사업자들을 대할 때 고성이 오가지 않는 법원 심판정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자기계발을 통해 다양한 것을 수용하고 통섭할 수 있어야 국민에게도 충실히 봉사할 수 있다”고 당부하면서 “지난 3년간 해 온 업무 전부가 우리 모두의 정성과 고생이 있어 가장 잘한 일을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한 제도 개선 아쉬움
하지만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방송통신에 대비한 제도 마련 및 입법 준비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 방송콘텐츠 제작에 사용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 미진한 점,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그 활용이 원활히 되도록 하는데 대한 제도 정비가 불충분한 점 등이 아쉽다”고 말했다.
30여 분 간 진행된 퇴임식에서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은 3년 동안의 추억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상영했다.
최 위원장은 “운영지원과에서 만든 동영상이 너무 훌륭하다. 운영지원과에서 부가 사업을 해도 될 정도”라고 칭찬한 뒤(웃음), 채근담과 영어문화협회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피천득 씨의 ‘인연’에 나오는 시를 인용하며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그는 방통위 월례조회 때마다 직접 고른 시를 낭독해 왔다.
그는 “채근담에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공만을 찾지 말라. 허물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공이로다. 남에게 베풀되 그 덕에 감동할 것을 바라지 말라.원망을 듣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덕이로다’라는 말이 있다”며 “자신은 없지만 허물이 많았다는 평을 듣지 아니하고, 많은 원망을 듣지 않고 떠날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요사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고사성어에 ‘화복상의(禍福相倚) 또는 화복의복(禍福倚伏)이라는 말이 있다”며 “변고를 만났을 때 이를 복으로 돌리는 지혜와, 복을 누리면서 그 속에 잠복해 있는 화를 감지해 미연에 이를 막는 슬기를 갖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지혜와 슬기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영국문화협회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mother, passion, smile, love, eternity, fantastic이라고 한다”며 “여러분들 모두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시고, 항상 웃으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며, 이 세상 다할 때까지 영원히, 환상적인 삶을 사시기를 기원한다. 저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