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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으로도 한성숙 대표가 커머스·콘텐츠 등 검색 이외의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했지만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갈증은 여전한 상황. 40세의 나이에 국내 1위 플랫폼 기업 네이버를 이끌게 된 최수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조직문화 개선 숙제, ‘어린 CEO’ 한계 넘어야
네이버는 17일 오후 정기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CEO 내정자로 선임했다. 1981년생인 최 후보자가 연 매출 5조원의 거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의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건 회사를 둘러싼 쇄신의 요구 때문이다. MZ세대 CEO를 내세운 만큼 향후 네이버의 경영쇄신 속도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젊은 CEO가 당장 네이버를 180도 바꾸기엔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많다. 2000년대 들어 무섭게 성장한 혁신기업 네이버는 최근 4명의 CXO 체제(한성숙 CEO, 박상진 CFO, 채선주 CCO, 최인혁 COO)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한 대표를 제외하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함께 창업 멤버로 꼽히는 인물들로 네이버 내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네이버는 기존 CXO 체제를 통한 수평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직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 사건의 중심엔 최인혁 COO가 있었다. 결국 네이버는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게 됐고, 이와 관련해 이 GIO는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네이버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잇단 내부 ‘갑질’ 논란이 나오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최 후보자가 네이버의 CEO가 되면 당장 수습해야 할 문제다. 내부 구성원들과 조직을 가다듬고 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최 후보자가 이를 모두 아우르고 리더십을 펼치기엔 힘이 부칠 것이란 시각도 일부 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사내 장악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CXO 인사들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며 “과거 카카오가 2015년 30대의 임지훈 대표를 내세웠을 당시에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일구는 데까지는 성공적이었지만,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공존했던 게 사실이다. 초기엔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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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부정적 인식 개선, 글로벌 성과 확대도 과제
네이버는 과거 검색 사업 중심의 회사에서 최근 커머스, 콘텐츠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플랫폼 독점 이슈로 발목이 잡힌다면 혁신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성숙 대표가 그간 사업적인 혁신을 잘 이끌었던 만큼 차기 CEO는 이를 잘 살리면서 독점 이슈까지 해결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GIO가 적극 밀고 있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성과도 내야 한다. 특히 웹툰 등 콘텐츠 사업, 스마트스토어 등 커머스 사업 부문에서 지속적인 글로벌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 GIO와 글로벌 사업에서 보조를 맞췄던 최 후보자가 네이버 수장으로 선택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처음 CEO가 되는 최 내정자가 모든 것을 아우르긴 쉽지 않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사업개발과 투자 및 M&A 전문가인 김남선 책임리더에 CFO 자리를 부여하면서 보좌하도록 했다. 지난해 네이버에 합류한 이후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의 빅딜을 주도해 온 김 CFO 내정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의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CXO 경영진들의 거취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는 지금 현재 글로벌 사업이 가장 큰 화두”라며 “글로벌화가 중요한 시점에 최 책임리더를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가 아니라 세계무대가 목표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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