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한일 약식회담 실패 후 도쿄 올림픽 회담 가능성 제기
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나치듯 두어 차례 인사만 나눴을 뿐, 끝내 속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이를 놓고 우리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방일이라는 새로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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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문 대통령이 내달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한·일 양국이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외교 경로로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방한에 대한 답례로 답방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약식회담 무산 배경의 진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도쿄 올림픽 답방의 현실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측 주장대로 단순 일정 문제가 무산 이유라면 문 대통령의 방일은 첫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우리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올림픽 답방`이라는 외교 관례가 정상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정상 간 입장도 괴리가 크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직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한 반면, 스가 총리는 일본 기자들에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할)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한다면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더라도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와의 이전 정상회담 성과 미진…스가 입지도 좋지 못해
한·일 정상회담이 도쿄 올림픽 기간에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강제징용 등 첨예한 문제를 둘러싸고 양 정상이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방한했던 아베 전 총리와 문 대통령의 당시 정상회담 분위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내 스가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한·일 정상회담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9월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스가 총리가 굳이 현 단계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지지율이 낮아진 스가 총리 입장에선 한·일 관계를 자극하는 편이 정치적 입지 쌓기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G7에서 한국이 중심이 되고, 일본 내 분위기도 이 참에 한국에 확실하게 본 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차후에 힘들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며 “우익 정권이 갖고 있는 일본 내 여론에 대한 반응”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한국이 계속 부각되는 데에 따른 심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 등에 따른 관계 개선 가능성도 적으나마 존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스가 총리, 문 대통령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하면서 동북아 정세 안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 원장은 “(한·일 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이 중재하는 것이 가장 맞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