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자 몰리고 낙찰가율 100% 넘는 물건 속출..경매시장 오히려 기회?

8·2대책 일주일..투기지역 법원경매 가보니
암사동 아파트 85㎡에 9명 입찰
6.6억원에 낙찰..감정가 108%
전문가 "실수요자 위주 재편될 것"
대출규제 비켜간 성남은 과열 조짐
  • 등록 2017-08-08 오후 4:07:30

    수정 2017-08-08 오후 4:28:46

지난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송파구·강동구 등 투기지역로 지정된 경매물건을 입찰받기 위해 입찰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사진= 정다슬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첫 투기지역 내에서 경매법정이 열린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 입찰 종료 시간이 다가오는 오전 11시께 100여석의 입찰법정 의자는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일부 사람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법정 뒤쪽에 서서 입찰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8·2 대책에 따른 경매시장 분위기를 보러왔다는 전문투자자 이모(42) 씨는 “이전보다는 사람이 좀 줄긴 했는데 여전히 경쟁이 만만치 않다”면서 “실수요가 그만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라며 느낌을 전했다.

지난 2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 줄이는 정부 대책이 발표됐지만 막상 경매시장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동안 물건은 없고 경쟁률만 지나치게 높았던 만큼 이번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엿보였다.

유동성 풍부 실수요층 건재…“저가매수 기회로 받아들여”

실제로 이날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에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가 넘는 물건이 속출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 전용면적 85.0㎡는 6억 6589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한 번도 유찰된 적이 없는 신건이지만 9명이 입찰표를 던져 감정가(6억 1500만원)의 108.3% 가격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는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서울·수도권은 20%, 지방은 30%씩 최저매각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입찰자는 1~2번 유찰되기를 기다렸다가 입찰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번도 유찰된 적이 없는 이 물건에 9명이 입찰했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를 끌었다는 의미다.

낙찰자가 매수를 포기할 경우 그 다음 매수 기회를 갖는 차순위 매수신고도 들어왔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차순위 신고를 한다고 반드시 낙찰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낙찰자가 잔금을 납입하기까지 6개월 넘게 보증금이 묶여 있어야 한다”며 “이런 부담감을 안고서까지 차순위 신고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물건을 낙찰받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통상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8·2 대책에 따라 경락잔금대출(법원 경매나 공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에 대해 부족한 잔금을 대출해주는 제도) 대출한도가 줄어들지만 자금력 있는 입찰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DTI·LTV 비율이 60%, 50%에서 각각 40%로 줄어든다. 여기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동구와 송파구는 가구당 대출건수가 1건으로 제한된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 전용 209.4㎡에는 무려 15명이 입찰에 참가했다. 낙찰자는 감정가(24억원)의 79.3%인 19억 320만원을 써낸 윤모씨다. 윤씨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입했다”며 “대출받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규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번 대책으로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로 재편되면서 그동안 과열돼 있었던 입찰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소속으로 경매법정을 찾은 김서윤(27) 씨는 “소액 투자자들이 너나 할 것이 경매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가낙찰이 비일비재했다”면서 “이번 기회로 입찰경쟁률이 줄어들고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다량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시세차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풍선효과 일어날까…규제 빗겨간 성남·하남 경쟁률 ‘껑충’

대출 규제를 피해 간 경기도 분당·하남 등 수도권 일부 경매시장은 과열되는 조짐이 보였다. 이날 성남지방법원에서는 주거시설(아파트, 다세대·연립, 다가구·단독 등) 경매가 17건 진행돼 5건이 낙찰가율 100%를 넘어섰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전용 85.0㎡의 경우 무려 18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5억 9000만원)보다 113.0% 높은 6억 6689만원에 낙찰됐다. 하남시 덕풍동 한솔리치빌3단지 전용 85.0㎡도 14대 1의 경쟁률로 감정가(3억 6100만원)의 102.8%(3억 7120만원)을 써낸 임모씨가 낙찰받았다. 분당과 하남시는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투기과열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LTV·DTI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날 성남지법에서 진행된 주거시설 13건 중 7건이 10명 이상 경쟁한 끝에 낙찰돼 지난달 성남지법 주거시설 평균 응찰자 수 9.7명을 넘어섰다”면서 “이는 단순히 실수요만이 참가했다는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인 만큼 정부 규제에 아랑곳없이 투자 수요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저금리가 경매물건 감소에 영향을 끼쳤지만 이번 정부 규제 이후 경매물건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부동산시장 조정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우량 물건에 대한 쏠림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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