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입양 가정, 동성 가정 등 다양한 문화가 인정되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실제 특별한 가족을 이뤄 살고 있는 이들은 ‘전통적 가족 개념에 고정된 분위기를 바꾸고 사회 제도를 조금씩 개선하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W페스타 ‘우리도 가족이에요’ 주제 토론세션에서 패널들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패널로는 친누나의 두 아이를 입양한 방송인 홍석천, 동성 결혼 5년차인 김규진 작가, 본인보다 50개월 어린 딸을 입양한 은서란 작가가 참여했고 좌장은 박에스더 KBS 기자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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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 기증, 불법인 한국...제도 바뀌어야”
이 때문에 김 작가는 정자 기증이 가능한 벨기에를 통해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았다. 김 작가는 “한국에서는 법적인 부부에게만 정자 기증이 가능하다 보니 벨기에에서 정자 기증을 받았다. 우월한 유전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혈액형만 안 상태에서 정자를 골랐다”고 말했다.
이들 가정에게는 출생신고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출생신고도 부(父) 자리에 와이프 이름을 써낸 것이 수리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실제 저희가 살고 있는 것과 다르게 한부모 가정으로만 신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부부가 아니다 보니 와이프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는 것도 불가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홍석천은 “제가 자궁 없어서 제 아이 만들 수 없지만 너무 부럽다. 저도 웨딩드레스 입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50이 넘어서 안예쁘다. 괜찮으면 저도 양복 입고 결혼을 해보던지 해야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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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란 작가는 사회 제도의 보호를 위해 ‘친구 입양’을 통해 가족을 만든 케이스다. 그가 마흔이 넘자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골에 사는 비혼 여성으로서 ‘내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법적 권리를 행사해줄 사람이 필요한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최대 고민이었다. 하지만 국내법은 ‘법정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를 가족과 후견인 등으로 한정한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장애·노령과 그 밖의 사유 등 정신적 제약으로 후견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가족을 만드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은 작가는 “홀로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돌보겠지만 누구에게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아마 부모님은 자신보다 먼저 돌아가실 것이고, 먼 거리에 사는 오빠는 본인 일과 가족이 있어서 원할 때마다 오진 못할 것이었다. 믿고 의지할 다른 존재가 필요했다”고 친구 입양의 이유를 설명했다.
은 작가는 “우리나라 가족 제도 개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돌봄에 있다”며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내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 언제까지 법적 가족 안에서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돌봄 문제만이라도 법적 1인 가구를 위한 유연한 제도를 도입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