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본청에서 전장연과 단독 면담을 했다. 면담에서 최대 화두는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중단이었지만, 탈시설에 대한 이야기도 긴 시간 오갔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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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탈시설에 대한 전장연과 서울시의 입장은 갈렸다. 전장연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을 탈시설이 필요한 주된 이유로 꼽는다. CRPD에 따르면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을 폐지하고, 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해야 하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막아야 한다(8조)고 명시한다. 또 시 설수용을 지속하는 데 어떠한 정당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으며 지역사회의 지원, 서비스, 빈곤, 낙인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9조)고도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박병석 전장연 대표는 “전날 (오 시장이) 시설은 선택이라고 하고, 시설과 탈시설의 문제를 선택의 문제라 하는 건 명백한 CRPD 위반”이라며 “시설 수용은 장애인 차별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일 강동구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해 거주 장애인과 가족들을 만난 바 있다.
아울러 전장연이 요구하는 탈시설 예산안에 대해서도 격론이 오고 갔다. 전장연은 장애인 탈시설 예산 807억원과 함께 장애인 활동 지원예산을 2조 9000억원으로 편성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이 탈시설을 통해 자립하기 위해서는 24시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24시간 활동보조 붙이면 자립생활이 아니고 24시간 돌봄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경우 한 사람의 장애인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만 1년에 1억 5000만원으로, 이것이 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장애인 활동 인력 더 나아가 (인력을 운용하는) 단체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제시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곧바로 성사된 다른 장애인 단체들 만남…‘전장연 성토장’ 방불
전장연과의 단독 면담 이후 진행된 오 시장과 다른 장애인 단체들간 면담에서는 ‘전장연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더 나아가 김광한 전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전장연이 CRPD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CRPD 19조는 누구나 원하면 중증장애인 시설을 포함해서 어디든 살 수 있다는 것으로 주거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며 “전장연은 시설을 일종의 ‘감금 시설’로 간주하고 폐쇄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립지원 주거 형태로 한 가지만 주장하는 건 주거 형태를 강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CRPD 19조에 따르면 탈시설은 장애인이 어떻게, 어디서, 누구와 살지를 결정할 자율성과 선택, 의사결정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상호 연결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김락환 한국교통장애인협회장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전장연으로 인해 인식이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지하철 출근 시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다양한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균형 있는 장애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