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장중 고가 기준 1370원을 넘어섰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연말께 14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년 이후 환율 방향성에 대해선 전망이 갈렸다. 현재의 달러 매수 쏠림 현상이 계속된다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14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장중 137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장중 한때 2,400 아래로 떨어진 코스피는 전장보다 5.73포인트(0.24%) 내린 2,403.68에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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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62.6원) 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1375.0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26일까지만해도 1331.3원으로 133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6거래일만에 1370원대로 급등했다. 이런 추세라면 1400원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 문제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다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시장에선 환율이 연말께 1400원선에서 고점을 형성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9월 FOMC 이전 1400원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그나마 환율 상단을 막아주던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흐름도 끊긴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롱(달러 매수) 베팅이 몰린다면 FOMC 이전 1400원선에 도달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 독주가 환율을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이번 주까지강달러가 지속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선까지 급등했다. 달러인덱스가 11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02년 1월 이후 20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이 같은 ‘킹(King) 달러’ 시대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1380~1400원선까지 추가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연말께까지 환율 상승은 이어질 수 있고 고점은 1400원 부근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연준의 통화 긴축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올 연말 이후론 환율도 하락할 것이란 예상과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화 강세 지속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나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워은 “환율 급상승을 주도하는 과열현상의 정도는 당국이 상단을 어디까지 막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며 “하지만 올 연말 이후엔 1300원선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반면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 강세 환경 자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달러 과잉 매수 흐름이 이어진 것도 있지만 반도체 메모리 업황 악화 등 전세계 수요 둔화, 경기침체 이슈가 맞물려 우리나라 수출이 줄어드는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