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흥망성쇠 20년' 싸이월드…이제 끝인가

이용자 외면·경영난 지속되며 서비스 재개 가능성 불투명
미니홈피로 돌풍 일으켰지만 소극적 변화로 시대 뒤쳐져
  • 등록 2019-10-16 오후 5:08:52

    수정 2019-10-16 오후 5:08:5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00년대 초중반 ‘미니홈피’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10월 1일부터 이어진 보름 간의 접속장애가 15일 해결됐지만, 여전히 세부 서비스 접속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싸이월드 측은 ‘서비스 종료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버를 운영하기 힘들 정도의 경영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온전한 서비스 재개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1세대 인터넷 기업들이 부상하기 시작한 1999년,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이동형 전 대표는 그해 9월 창업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싸이월드를 설립했다. 당시는 다음이 1999년 5월 내놓은 ‘카페’가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티 서비스로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세이클럽·프리챌·아이러브스쿨 등 그 밖의 다양한 관계형 서비스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싸이월드도 이들과 비슷한 관계형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싸이월드는 2001년 9월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 2002년 하반기 내놓은 ‘미니홈피’ 서비스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석권했다. 소위 말하는 ‘디카(디지털 카메라)’와 ‘폰카(휴대전화 카메라)’ 소비 확대와 함께 미니홈피의 폭발적 인기가 이어졌지만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던 싸이월드는 급증하는 트래픽으로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막대한 서버 구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장애가 수시로 발생하며 이용자 불만도 급증하게 됐다.

SK 인수합병 통해 날개짓…모바일 전략 부재로 ‘쇠퇴’

이때 SK그룹이 손을 내밀었다. 자본이 필요했던 싸이월드와 1등 SNS 계열사 편입을 희망한 SK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은 것이다. 싸이월드는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합병됐다. SK 인수된 직후 싸이월드 사업은 더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서버 운영이 안정화되며 이전과 같은 접속 장애도 사라지고 투자도 늘면서 서비스는 더욱 고도화됐다. SK의 포인트 서비스였던 ‘OK캐시백’ 포인트를 싸이월드 자체 포인트인 ‘도토리’로 전환해주기 시작하며 유료 콘텐츠 매출이 급증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매출은 한때 매달 1000억원을 상회했다.

2007년 2월 이용자 2000만명을 달성하고, 2009년 12월 일촌 건수가 10억 건을 돌파했지만, 싸이월드는 이미 2000년대 중반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도전했던 해외시장에서도 ‘사치스러운 소셜미디어’라는 조롱 속에 실패를 경험했다. 미니홈피 서비스 자체에 대한 인기 감소와 함께 글로벌 SNS 서비스 트위터·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엔 싸이월드 트래픽을 활용해 자사 포털 서비스인 ‘네이트’를 활성화시키려 했던 SK컴즈의 무리수도 이용자 피로도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이했던 모바일 전략은 싸이월드의 추락을 가속화했다. KT가 2009년 애플의 아이폰3GS를 출시하며 국내 통신 시장은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PC 중심 서비스에만 의존하며 모바일 전환에 소홀했다. 페북 등 글로벌 SNS들이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한 것과 달리 싸이월드의 모바일 서비스는 2012년 9월에야 시작했다. 결국 싸이월드는 일부 마니아만 사용하는 서비스로 전락했고, SK는 2014년 1월 계열 분리를 단행한 후, 3개월 후 종업원인수 방식(EBO)을 통해 분사하며 싸이월드는 10여년 만에 다시 ‘벤처기업’으로 돌아갔다.

삼성 50억 투자로 재기 꿈꿨으나 2년 만에 ‘암담’

그후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대신 모바일에 적합하게 변경한 ‘싸이홈’으로 서비스를 개편하고, 문제로 지적됐던 폐쇄성 문제도 개선해 다른 SNS와의 연동도 가능하게 바꾸는 등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돌아선 이용자를 다시 불러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프리챌 창업자였던 전제완 대표가 2016년 7월 싸이월드를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인 2017년 8월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는 등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울러 2018년 8월엔 자체 암호화폐 ‘클링’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 (사진=이데일리)
하지만 싸이월드의 경영상황은 개선되지 못했다. 투자금을 모두 소진한데 이어 올초부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이 이어지며 전 대표가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원 대다수도 회사를 떠났다. 전 대표는 지난 6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9월 이후면 회사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10월 상황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

지난 1일 발생한 접속 장애가 지난 14일 밤까지 이어지며 서비스 중단 가능성까지 점쳐지기도 했다. 15일 가까스로 접속 장애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사진첩·게시판 접속에선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직원 줄퇴사와 자금난으로 서버를 관리할 직원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서비스 종료로 인한 이용자 데이터 삭제 우려도 제기된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대표가 서비스 지속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IT업계에선 정상 서비스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SNS 시장은 페북과 인스타그램이 장악한 상태다. 싸이월드는 새로울 것 없는 오래된 서비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사업적 측면에서도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면서도 새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기업에 누가 관심을 보이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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