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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지난해 2~4월 테라젠바이오를 비롯해 마크로젠(038290), 디엔에이링크(127120), 메디젠휴먼케어 등 4개사가 신청한 82개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을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거쳐 규제샌드박스 과제로 선정했다.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을 대폭 확대,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도였다.
산업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이 규제샌드박스 과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복잡한 심의 및 행정 절차 등에 가로막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규제샌드 박스로 선정된 82개 항목 중 지금까지 IRB의 심의를 통과한 항목은 테라젠바이오 6개, 마크로젠 1개 등 모두 7개뿐이다.
그나마 이달 4일 산업부가 테라젠바이오가 신청한 비만 관련 6개 항목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 실증특례를 최종 승인하면서 꺼져가던 규제샌드박스가 가까스로 되살아났다.
산업부의 규제샌드박스 시행 일정이 계획보다 크게 지연되면서 업계에서는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DTC 유전자 서비스 4개사가 규제샌드박스 항목으로 82개를 신청한 이후 추가로 신청에 나선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규제샌드박스 항목으로 정부에 신청을 하더라도 언제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어 사업계획조차 세울 수 없어서다.
업계는 산업부가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의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규제샌드박스 시행을 가로막는 장본인으로 IRB를 지목한다. IRB는 “유전자 검사는 지금처럼 의료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전문업체에서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은 자칫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결과를 잘못 해석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DTC 전문업체들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 확대에 대해 완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항목이 제한되면서 시장 또한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불과 2만명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미국은 누적으로만 약 3000만명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았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이 분야 국내 전문업체는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EDGC(245620), 랩지노믹스(084650) 등 10여개사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유전자 검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부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유전자 검사 시범 서비스 확대정책과도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당초 산업부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하는 분야를 선정, 규제를 철폐해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했으나 일정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보건복지부가 먼저 치고 나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DTC 유전자 서비스를 지난해까지 혈당, 혈압 등 11개 항목만 허용하다 올해 2월부터 영양, 운동, 개인특성 등 56개 품목으로 대폭 확대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테라젠바이오가 산업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6개 서비스 항목 가운데 식욕 검사는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서비스 허용을 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DTC 유전자 서비스 확대와 관련한 규제샌드박스 정책이 크게 지연되면서 지금은 이 제도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면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DTC 유전자 서비스 확대 정책과도 중복이 되는 행정으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