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 1월 8640원으로 시작한 배출권 가격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초 4만2500원까지 뛰는 등 시도 때도 없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가가 배분하는 무상할당량을 넘는 탄소를 추가 배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쌓아두는 충당금인 배출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 중 배출부채가 가장 많은 기아는 6월말 현재 그 규모가 2169억원에 이르고 있다. 현대제철(1339억원)이나 포스코(422억원) 등 탄소 다(多)배출 기업들의 배출부채도 적지 않다.
이처럼 국내 배출권 가격이 급등락하는 건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이 깜깜이로 진행되는 탓에 수요와 공급이 만나 자율적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또 배출권 할당량의 41%를 차지하는 발전업계가 한국전력으로부터 구매가격의 80% 정도를 지원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배출권 물량을 확보하다 보니 시장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산업계에선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 기술·노하우를 다른 업체에 전수해서 줄인 온실가스도 그만큼 할당량에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령 거래제 대상인 A사가 개발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B사나 C사에 공유해 B·C가 연간 1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면 이 물량 만큼 A사에 배출권을 주는 식이다.
이지웅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배출권 가격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급등락하면 기업이 경제적 손익을 따져 추가로 감축 투자를 할지, 배출권을 거래할지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배출권 거래제 도입 목적에 맞춰 시장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