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산성서 대구 지역 최초로 7세기 초 신라시대 목간 11점 출토

제작 시점 추정할 간지와 곡식 이름 있어
"삼국 시대 주요 군사 거점으로 추정"
  • 등록 2021-04-28 오후 6:13:47

    수정 2021-04-28 오후 6:13:47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대구 팔거산성(대구광역시 기념물)에서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 11점이 대구 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팔거산성 조사기관인 화랑문화재연구원으로부터 최근 발견된 목간 11점을 인수해 색깔 촬영과 적외선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두 차례의 판독 자문회의 등 조사를 진행한 결과, 7점에서 글자 또는 글자의 흔적이 보이고, 이 중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와 곡식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목간 출토 직후 모습(사진=문화재청)
목간은 길이가 약 15∼23㎝, 너비가 2.2∼5.5㎝로, 8점의 목간에선 한쪽에 끈을 묶기 위해 나무를 잘라냈다. 일부 목간에는 실제로 끈을 묶었던 흔적도 발견했다.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와 곡식 이름도 등장한다. 1호 목간에선 ‘임술년’, 6호와 7호 목간에서는 ‘병인년’이란 글자가 확인됐고, 3호 목간에서는 글자가 있는 부분이 파손돼 두 번째 글자 일부와 세 번째 글자 ‘년’(년)만 확인할 수 있었다. 곡식은 보리와 벼, 콩이라는 곡식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산성에 물자가 집중된 상황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산성의 행정 또는 군사기능을 짐작할 수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목간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곡식과 관련된다는 점, 삼국 시대 신라의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이었다는 점, 기존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와 행정 거점이라는 점에서 팔거산성도 다른 출토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방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하면서 물자가 집중되던 거점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삼국사기’신라본기에 따르면 목간이 제작될 무렵인 7세기 초반부터 백제는 본격적으로 신라를 침공하기 시작했다. 국제정세 속에서 신라의 서쪽지방 방어가 중요해졌고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 지점 인근에 자리하면서 그 주변의 수로나 육로를 통제하던 팔거산성의 입지나 기능이 주목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642년 신라는 백제의 침공으로 인해 대야성(경남 합천)을 잃은 이후, 군사·행정 거점을 신라 왕경과 가까운 압량(경북 경산)으로 옮겼다. 신라 서쪽 지역에서 왕경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오늘날 낙동강을 통해 대구~경산~영천 지역을 거친다는 점에서 그 이전부터 압량은 왕경 방어에 중요한 지점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목간에는 왕사와 하맥이라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이들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까진 추정이 어려워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화랑문화재연구원과 함께 출토된 목간과 추정 집수지에 대한 보존 처리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대구 팔거산성은 대구광역시 북구 노곡동 산1-1번지 일원에 자리했다. 인근에는 지난 2018년에 사적으로 지정된 구암동 고분이 있다. 이 산성은 대구광역시 북구청에서 정비복원의 고고학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5년의 지표조사, 2018년의 시굴조사를 거쳐 2020년 10월부터는 학술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서 석축 7기, 추정 집수지(성내에 식수 등의 물을 모으기 위한 시설물) 2기, 수구(성내의 물을 흘려 내보내기 위한 시설물) 등의 유구가 발견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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