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3년 현대해상이 출시한 ‘현대계속받는암보험(갱신형)’이 올 1월부터 은행창구에서 사라졌다.
이 상품은 횟수에 제한 없이 암 진단금을 지급하고 면책과 감액기간 등을 적용하지 않아 보장 공백 기간을 해소한 점 등으로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사용권까지 획득했다. 일종의 특허권을 받은 셈으로 , 출시 8개월 만에 가입건수 22만건, 지난해 말까지 56만건 이상의 가입실적을 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관심을 끌었던 상품임에도 은행이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상품구조가 다소 복잡해 은행창구 직원들이 이를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통상 갱신형 상품은 비갱신형에 비해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불완전판매에 대한 부담이 큰 상품이었다는 얘기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대부분의 갱신형 상품은 내용이 복잡해 은행들이 판매를 꺼린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불만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통 설계사들은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 장기간 교육을 받고 판매에 나서지만, 은행원들은 교육을 받는 시간이 짧다”며 “그러다 보니 저축보험처럼 상품구조가 간단한 상품만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방카슈랑스의 중요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권과 보험업권간의 이 같은 갈등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이 보험상품의 주 유통 통로가 되다 보니 은행 입맛에 맞는 보험상품 위주로 소개되고 있는데, 소비자가 충분히 더 좋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음에도 유통사가 중간에서 차단하는 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