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122억 달러(한화 약 1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5년 만에 약 8배나 확대되는 셈이다. 이어 오는 2030년에는 181억 달러(약 21조5000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도 8.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성장세는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맞닿아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배터리 보증 기간을 최대 10년 정도로 두고 있는데, 해당 기간내 배터리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사용자 요청에 따라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다.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2012년부터 보조금 부여로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운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부터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국영 석유화학업체 시노켐은 자회사를 통해 독일 BMW와 배터리 재활용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통신탑 인프라 업체 중국철탑도 창안자동차, 비야디(BYD), 인룽신에너지 등 현지 기업들과 재활용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열성적이다. 각 지방 정부가 17개 지역을 지정,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기차 제조업체가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을 직접 관리 및 책임지도록 법에 명시하는 등 제도적인 작업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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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재활용 시장에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체들은 재활용 문제보다는 배터리 생산 규모 확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폐배터리 양극재(배터리 소재)에서 원재료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 개발에 착수, 현재 사업성 검토에 나서고 있다. 상용화 시점은 명확치 않지만 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개발과 동시에 최근 완성차 업체들과의 재활용 분야 협력도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최근 본격적으로 개화되면서 국내 업체들로선 무엇보다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보가 시급하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생존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국내 업계에서 화두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몇년 후 재활용 시장의 급성장이 전망되는만큼 국내 업체들의 대응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점 화두는 물량 증설과 고객처 확보에 쏠려 있는 상황이라 중장기 플랜으로 꼽히는 배터리 재활용 분야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폐배터리 처리 등은 사회·환경적인 문제도 야기할 수 있는만큼 국내 업체들도 배터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