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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김정남 최훈길 기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물가인상 요인에도 이례적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출을 중심으로 수치상 경기가 회복하고 있지만 서민 체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올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3월 근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6개월 연속 1.5%를 밑돈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도 1.4%였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중장기 근원물가 인상률 목표치를 2.0%로 해 놓고 있지만 1년 넘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란 일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격 변동성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을 뺀 것이다. 실질적인 수요에 따른 물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 6개월 연속 1%대 ‘안정’
소비자물가지수나 서민 체감도를 반영한 생활물가지수의 상황도 비슷하다. 3월 지수가 전년보다 각각 1.3%, 1.1% 오르는 데 그쳤다. 월별 소비자물가지수가 반년 넘게 1%대 상승에 그친 건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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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앞으로도 공공요금 안정 등에 따라 물가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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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 반등에도 소비엔 ‘냉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란 물가상승 요인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이례적 현상이 오히려 우리 경제의 침체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물가 인상은 당장 서민에게 부정적 요인이기도 하지만 경기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을 높여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지난달 중소기업 취업 근로자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청년 일자리 대책과 함께 4조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체감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실제 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체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는 지갑을 닫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최종소비지출 비중은 역대 최저인 48.1%까지 떨어졌다. 3년 연속 하락이자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0년 이후 최저다. 체감 경기가 나쁘다 보니 민간 소비 주체인 가계가 번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저물가 소비 하락이 다시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민간소비 비중 하락은 근본적으로 일자리, 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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