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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New)정치는 가고, 새(Bird) 정치, 안철수식 정치만 남았다. 국회를 둘러싼 여의도에서는 ‘안철수답다’는 말이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쓰인다.
최근 바른정당과 합당을 두고 보인 일련의 행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력과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안랩(053800)을 경영할 때보다 더 독재적인 당대표로서 측근들로 꾸린 당무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를 바꾸고, 규정을 바꾸며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당의 대표라기엔 억지스럽다.
여기저기서 ‘꼼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안 대표는 너무나 당당하다. ‘내가 만든 국민의당을 내 뜻대로 통합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고 묻는 듯 하다. 반대파를 품겠다는 쇼맨십은 일찌감치 던져버렸다. 중도파에게도 통합에 참여하면 물러나겠다며 ‘조건부 사퇴’를 내걸었다. 과연 안철수답다.
차근차근 짚어보자. 당내 통합 반대 의견이 빗발치자 통합 여부를 전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놓고는 통합 여부가 아닌 안철수 당대표 재신임을 물었다. 재신임 받는다면, 통합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논리지만, 엄연히 다르다. 명백한 꼼수다.
나아가 반대파인 이상돈 전당대회 의장을 비롯한 179명에게 당원권 정지 2년의 제재를 가했다. 이 결정 역시 당무위에서 했다.
무엇보다 2월 4일 전당대회 취소가 백미다. 반대파가 창당에 나서면서 민주평화당 발기인과 대표당원이 상당수 겹친다는 ‘이중당적’을 취소 이유로 들었다. 대신 당헌을 개정해 전당원 투표를 한 뒤 중앙위에서 추인하는 방식으로 합당을 진행키로 했다. 징계로 반대파를 없애더니 2월 13일 통합 전당대회 스케줄에 맞춰 전대 연기가 아닌 ‘꼼수’를 발휘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한국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 여부를 전당원 의사로 반영하는 뜻깊은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했다.
불도저처럼 통합을 밀어붙이는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이유로 들고 있다. 과연 17명의 국민의당 의원을 내쫓고, 9명의 바른정당 의원과 합당하는 게 외연확대인가? 자신이 장악한 당무위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지금의 행태는 구태 중 구태다. 39명의 의원중 반대파 17명을 비롯해 중도파 6명, 관망파 3명 등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지금같은 통합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오로지 차기 대선만을 노린 안철수와 유승민이 무리한 합당을 추진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안 대표는 정치에 발디딘 이후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다. 많은 이들이 안철수에게 등돌렸다. 등돌린 이들은 한결같이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안철수 마크맨(전담 기자)들도 비슷한 평가다. 일주일만 따라다녀보면, 새로울 것도 없고, 뉴스도 나오지 않는다. 상황에 맞는 답변을 듣기도 어렵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이미 헌 정치를 넘어섰다. 그가 또 ‘국민’을 앞세워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건 또다른 구태정치, 새로운 사당화의 역사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