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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김정남 기자] 전체적인 경제지표 수치는 순항하는데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악화하는 게 통계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현 정책의 방향과 최소한 속도라도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보완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것도 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지원 확대에도 더 나빠진 저소득층 살림
통계청이 집계한 올 1분기 하위 20%(5분위 중 1분위) 2인 이상 가구 소득은 월평균 128만7000원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상위 20%(5분위)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03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섰다. 1분기 1분위 소득 중 정부 재정지원을 뜻하는 이전소득(월 59만7000원)은 최대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근로소득(47만3000원)과 사업소득(18만8000원)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 재정지원이 고용·경기 악화 탓에 사실상 효과를 못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근로소득 감소 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였다. 절대적인 액수로도 7년 전인 2011년 1분기(46만2000원) 이후 가장 낮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핵심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높다 보니 이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진작되고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대로는 기대하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기대심리마저 위축…정책 방향 선회 주장도
소비심리도 저소득층부터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5월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3으로 한 달 전 95보다 2p 내렸다. 100만~200만원 가구는 100에서 95로 더 크게 내렸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건 6개월 후에도 생활형편이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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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선 현 정책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방식을 성장 모델로 실현한 전례는 없다”며 “우리나라도 실험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고위인사 출신의 한 관계자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며 “반도체 외에는 산업 전반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업종별 경쟁력을 따져볼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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