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與하태경 서울 출마에 영남 중진 ‘좌불안석’

부산 출신 3선 하태경, 서울 출마 선언 ‘후폭풍’
영남권 의석 전체 50% 차지…수도권 출마 압박
“중진 총선승리 앞장서야”·“무조건 강요는 안돼”
  • 등록 2023-10-10 오후 5:03:53

    수정 2023-10-10 오후 7:21:33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부산 3선’ 출신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 포진한 3선 이상 중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험지인 수도권 출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험지 출마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하 의원의 서울 지역 총선 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영남권 정당’을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중진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 본인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하 의원이 처음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일제히 “살신성인의 자세”라며 치켜세웠지만, 한켠으로는 다소 복잡해진 선거판 구도에 영향을 받을 지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현재 대구·경북(TK)와 부산·울산·경남(PK) 지역구 의석 수는 국민의힘 전체 의석(115석)의 50%(56석)에 달한다. 이 중 하 의원 지역구를 제외하면 영남권에서 3선 이상 지역구는 총 15곳을 차지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지난 8월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하태경 의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당내에서는 험지 출마론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익명을 요구한 TK 지역구 출신 모 의원은 “하 의원의 험지 출마가 트리거(trigger·방아쇠)로 작용해 중진 의원들이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의원들이 수도권에 나설 필요가 없겠지만 당 지도부에 속한 중진들은 더욱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 지역구 출신 의원은 “내년 총선은 무엇보다 현재 여소여대 지형을 극복하고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이기는 선거 구도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22대 국회 구성 이후엔 당 중진들의 역할도 필요해 일괄적으로 험지 출마를 강요해선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하 의원을 향해 “선당후사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자,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김재섭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은 “홍 시장은 지난 21대 총선 때 대구 수성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사감(私感)을 앞세워 (하 의원을) 깎아내릴 생각만 한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하 의원은 험지 출마는 본인의 소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3선 이상이면 무조건 험지로 나오는 것을 강제 규정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개인의 소신과 결단으로 선택해야 할 문제”라며 “전국적인 인지도나 확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총선 전초전격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험지 출마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강서구에서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패배할 경우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당 지도부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보궐선거에서 큰 격차로 패배하면 중진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며 “민주당은 지방 출신이어도 3선 이상 중진이 수도권에 포진해 있지만, 우리 당은 그렇지 않은 이유와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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