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행복대상 시상식.."행복은 미래만 아닌 과거도 지금도 있다"

김정숙 회장 "여성의 시대, 국가경쟁력 생길 것"
안숙선 명창 "소리에 우리 시대의 삶을 담겠다"
박향숙 대표 "시각장애인 삶의 무게 덜어줄 것"
원종건 군 "사회약자 문제 해결하는 사람 되겠다"
  • 등록 2015-11-05 오후 7:12:08

    수정 2015-11-05 오후 7:12:08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어린 시절에 옆집 친구와 언니들이 학교를 못가고 농번기에 일하고 아들만 학교 가고 이런 것을 많이 봤다. 잠시 잊어버리고 살다가 국회의원 입후보 해보니까 정말 이 나라 여성 지위가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김정숙(69)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5일 서울 삼성생명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15년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에서 여성선도상을 수상한 뒤 이같은 말로 소감인사를 시작했다.

김정숙 회장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정치 의사결정하는 데 많이 들어가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해야 한다”며 “27년째 정치문화 개선과 여성의 정치의식 제고, 여성의 정치참여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경기도 안양에서 국회의원에 입후보했지만 여성후보에 대한 차별과 편견만을 실감한 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듬해인 1989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정치연구단체인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제14,15,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성할당제 도입을 주도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했다.

김 회장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며 “이는 여성의 능력과 자질이 마음껏 발휘돼 남성과 더불어 동등하게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돼 우리나라 여성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주인공으로서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의 영광을 안았다.

안숙선 명창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판소리 명창 안숙선(66)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은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안 명창은 판소리의 세계화와 현대화,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2003년 영국 에든버러 축제와 뉴욕 링컨센터 초청 공연은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안 명창은 “소리를 시작한지 60년이 다 되어간다”며 “묵묵하게 걸어왔을 뿐인데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전통음악은 우리 삶이 녹아있는 음악”이라며 “지금까지 판소리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삶,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소리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가족화목상 수상자 박향숙(60)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공동대표는 1급 시각장애의 어려움 속에서도 치매에 걸린 시부모를 극진히 봉양하는 등 며느리와 아내, 어머니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박향숙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공동대표
세살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박 대표는 베트남전에서 두 눈과 양팔을 잃은 남편을 운명적으로 만나 가정을 꾸렸다. 그는 남편의 성공적인 재활을 돕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박 대표는 “이 상은 저의 노력이 아니라 가족들이 각자 제 위치에서 주어진 ‘생(生)’이라는 악기를 연마하고 조율해 협주곡을 잘 연주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배려하며 지지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어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면서도 시각장애인 여성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지 못해 노심초사할뿐 한가지도 제대로 해결한 것 없이 늘 부족한 예산으로 목말라 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효를 실천한 5명의 청소년들에게는 삼성행복대상 청소년상이 수여됐다. 시각과 청각 장애를 지닌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살면서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원종건(23·경희대 4) 군, 하반신이 마비된 아버지와 뇌성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는 윤정현(19·부산남고 3) 군,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간경화 말기 진단 등 연이은 불행에도 집안살림을 거들고 중학교 3년동안 교과우수상을 놓치지 않은 강민주(17·광주중앙고 1) 양, 새벽 늦게까지 식당 일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손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학용품비, 차비 등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전유정(17·강원생활과학고 1) 양, 병원청소와 폐지 수입을 하시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집안 청소와 빨래, 식사 준비를 도맡아 하고 있는 황윤하(15·천안여중 2) 양이 그 주인공이다.

청소년상 수상자 대표로 수상소감을 밝힌 원종건 군은 “삼성행복대상으로 인해 지난날의 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며 “행복이라는 것이 미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 군은 이어 “내년이면 어머니의 보호자, 그리고 가장으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며 “앞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CSR 전문가로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공식 후원하는 삼성행복대상은 ‘비추미여성대상’(2001년 제정)과 ‘삼성효행상’(1975년 제정)을 계승해 2013년부터 제정된 상이다. △여성의 권익과 사회공익에 기여한 여성 △학술ㆍ예술 등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여성 △효행 실천과 효 문화 확산에 기여한 인물을 찾아 널리 알리고 격려함으로써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운영중이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우리 사회에 행복이 충만할 그날까지 삼성이 함께 하겠다”며 “우리 사회를 비추는 행복의 나무 ‘삼성행복대상’이 더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삼성생명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15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청소년상 강민주, 원종건,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변도윤 삼성행복대상위원회 위원장, 청소년상 전유정, 앞줄 왼쪽부터 청소년상 윤정현, 가족화목상 박향숙 공동대표, 여성선도상 김정숙 회장, 여성창조상 안숙선 명창, 청소년상 황윤하.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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