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가 절실한 때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경제적 효용 높이는 플랫폼
악마화도 안되고, 정글로 내버려둘 수도 없어
플랫폼 규제에 대한 현실적 접근
  • 등록 2024-07-02 오후 6:48:47

    수정 2024-07-02 오후 6:48:47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배달 및 택시 플랫폼들이 노조와 업주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배달플랫폼 때문에 1만 원이었던 짜장면이 1만 5000원이 됐고, 멀리서 오는 택시를 잡아야 해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주장입니다. 독점적인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경제 주체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감정적으론 이해 가지만, 합리적인 의견은 아닌 것 같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3년 2분기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메뉴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은 식재료 비용 상승(90.35%)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2.81%),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2.19%), 고용난에 따른 업무인력 부족(1.40%) 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달 수수료 부담은 전체 원인 중 일부인 0.61%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라이더 인건비와 가게 광고비가 포함된 플랫폼 비용이 짜장면 가격 인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배달 플랫폼이 생겨나기 이전에도 배달 기사가 필요했고 전단지를 돌리는 비용도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짜장면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을 플랫폼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건 무리입니다.

플랫폼 때문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수요가 몰리는 저녁에는 장거리 운행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승차 거부가 잦았지만, 택시 앱으로 예약하니 식당 앞까지 택시가 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도입된 ‘AI 배차 로직’이 배차 성공률을 9% 높여 승차 거부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였으며, 소비자가 배차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43% 단축됐습니다.

이처럼 플랫폼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더 많은 거래를 유도해 시장 내의 플레이어에게 경제적 이익을 높여줍니다.

더 기빙 플레지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김봉진(오른쪽) 우아한형제들 부부의 서약서. 2021년 2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선언했다. 그의 재산과 기부 형태로 미뤄보면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사진=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그렇다고 플랫폼을 정글처럼 그냥 내버려 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플랫폼도 신이 아닌 인간이 운영하기에 완벽한 선을 추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합니다. 게다가 플랫폼은 선점 효과가 뚜렷해 익숙해지면 사용자 스스로 편리함에 종속되기 쉽습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원하는 콘텐츠 산업과는 다르지요. 따라서 어떤 분야에서 잘 나가는 플랫폼의 대표이사(CEO)는 “선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계 내의 선수들에게 소홀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국내 1위 배달플랫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이국환 CEO가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부분은 아쉬움이 큽니다. 그는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배민의 창업자 김봉진 전 의장과 함께 12년 동안 배민을 이끌었습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대주주인 상황에서 배민의 공동체 정신이 이어질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8월 이후 주주총회에서 멋진 CEO가 선임되길 바랍니다.

또한, 플랫폼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다루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편익을 주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불리합니다. 주로 택시 앱을 통해 승차가 이뤄지니, 어르신들은 택시를 잡는 게 더 어려워졌죠. 그래서 국민이 플랫폼을, 인공지능(AI)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활용 교육을 늘려야 합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23년 11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플랫폼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간담회’ 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제공)


플랫폼 경제가 자리잡으려면 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시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을 아예 무시하거나, 플랫폼을 악마화 하는 형태로 이뤄져선 곤란합니다.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다시 발의한 플랫폼 자율규제법, 일명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의미가 큽니다.

이 법안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주요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를 담고 있습니다. 민간 자율규제 기구 설립과 함께 정부가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토록 했습니다. 자율규제 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용자 보호를 위반한 플랫폼 회사의 금지행위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자율규제의 성과에 따라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기업의 자율 활동을 존중하면서도 사후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자율규제가 더디고 답답하다고요? 그렇다고 유럽처럼 정부 주도 플랫폼 규제법안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꿰어 쓸 순 없지요.

플랫폼 규제는 민간과 협력해 진행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겁니다. 그리고 자율규제 방식만이 우리의 미래 세대에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ICT 산업 발전과 이용자 보호, 모두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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