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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1%에서 0.1%포인트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지만, 엔화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엔화 가치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엔화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발표 이후 반대로 움직였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국채 매입 지속 등을 통해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한 게 엔화 약세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의 경제와 물가 전망을 전제로 한다면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인터내셔널 런던의 유스케 미야이리 외환 전략가는 “총재의 발언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받지 못했다”며 “이는 비둘기파적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이 일본 단기 정책금리가 연말까지 0.1%에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추가인상을 고민하더라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당장 일본으로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의 외환 및 금리 전략가인 가레스 베리는 “연준과 BOJ가 거의 동시에 정책 기조를 바꿀 때마다 달러·엔의 가격 움직임을 지배하는 것은 항상 연준”이라며 “BOJ의 결정은 일반적으로 엔화에 관한 한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