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겠다고 밝힌 지난 3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주민들이 대남방송 스피커 차량 근처에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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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한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미심쩍게 바라보는 미국과의 사이에서 남북대화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과제를 관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은 당장은 남북대화에 대해 한발 빗긴 모양새를 취하고는 있지만 떨떠름한 신호를 거듭 보내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시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문 정부가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많다.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활용해 북핵동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남북이 3일 약 23개월 만에 단절된 판문점 연락채널을 복구하면서 남북대화가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남북간 대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남북회담 제안이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보다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보좌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데 있어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명시적 반대는 아니지만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는 않은 것이다.
북한이 신년사서 핵·미사일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 한미 동맹의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나 ‘북핵 동결’에 다다르기는 요원하다. 미국이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를 떨떠름하게 보는 이유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을 포함한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해서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대북 제재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강하게 대화 제의를 해오던 우리 정부로서는 대화 테이블에 나서긴 해야 하지만 미국의 입장도 십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평창 동계 올림픽 초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 대화 채널 복원을 계기로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문제 등을 놓고 앞으로 재개될 전망인 남북대화에 대해 미국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남봉미나 통남통미, 남북미 삼각관계든 우리가 올림픽 이후 멀리까지 바라보고 미국까지 대화의 장으로 설득할 전략을 세워뒀는지 묻고 싶다”며 “지금은 올림픽만 생각할 때다. 그 이후에도 긍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모멘텀을 살려두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