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인 감세안이 전격 처리된 후폭풍이 국내외 채권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부양 전망에 대표적인 글로벌 장기금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단박에 2.5% 벽을 넘어섰다(채권가격 급락).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유럽 주요국은 물론 국내 장기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상하리만치 좁혀졌던 장·단기 금리 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美 국채10년 금리 9개월來 최고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5009%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한 건 채권가격이 하락(채권시장 약세)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3월 17일(2.5016%)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식(式) 감세안이 가져올 추가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효과를 채권시장이 가격 하락 가능성에 유독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감세안이 통과하자 뉴욕 증시가 약보합권에 머문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1년물과 2년물 같은 단기물 금리가 각각 0.01bp, 0.40bp 오히려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 백악관 자축행사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많은 기업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업들이 이제 이 나라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것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장기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이날 독일 국채(분트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62bp 오른 0.4019%에 마감했다. 지난달 13일(0.4057%) 이후 한 달 여 만에 0.4%대로 올라섰다. 미국 금리 급등의 영향이 일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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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커브 플래트닝 ‘완화’
우리나라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6bp 오른 2.483%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장기금리는 전날 기획재정부가 내년 초장기물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계획에도 영향을 받았다. 기재부는 20년물 이상 초장기물 비중을 5%포인트 더 늘리기로 했다. 채권 공급이 늘면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곧 채권금리 상승과 직결된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의 이례적인 커브 플래트닝 흐름도 완화하고 있다.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낸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를 띤다.
다만 시장에는 추세적인 커브 스티프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여전히 많다. 기대인플레이션(각 경제 주체들의 향후 물가 전망)의 의미있는 반등이 확인돼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커브 스티프닝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