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2월부터 2월까지 석달간 치핵 수술 건수는 6만여 건으로 1년간 수술 건수의 30%를 차지한다. 이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항문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직장인 신모씨(36·여)는 최근 5년간 겨울만 되면 숨어있던 치질이 밖으로 나오는 현상을 반복했다. 그러다 한파가 이어지면서 상태가 심하게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신씨가 앓는 질환은 급성 혈전성 치핵. 평소에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고 별다른 증상이 없던 치핵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밤톨만한 크기로 딱딱한 혈전이 생긴 것. 신씨와 같이 치핵 환자는 겨울이 오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추운 날씨에 항문 주변 혈관이 수축, 혈액순환 장애로 치질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치질은 크게 △항문주위 혈관조직이 돌출하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부위에 고름이 잡히는 치루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치핵은 전체 치질 환자 70~80%를 차지하고 추운 겨울에는 급성 혈전성 치핵으로 많이 나타난다. 급성 혈전성 치핵은 추운 날씨에 차가운 곳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치핵 역시 혈관질환이기 때문에 뇌경색 혹은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 발병률이 겨울철에 높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병원장은 “피가 비교적 잘 순환되는 일반 치핵과 달리 급성 혈전성 치핵은 혈관에 피가 엉기면서 일명 ‘피떡’이라고 하는 혈전을 만들고 항문 주변이 딱딱하다”며 “급성 혈전성 치핵이 생기면 평소 대변을 볼 때 밖으로 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던 치핵이 크게 부어서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고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치질은 생활습관병이다. 일상생활에서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동근 원장은 “치질을 비롯한 항문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냉기와 습기를 차단하고 온기를 보존해 주는 깔개를 사용하면 좋다”며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변기에 오랫동안 앉아있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욕도 필수다.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차가운 날씨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물은 목욕탕 온탕과 유사한 38~39도 내외 온도에서 편안한 자세로 5분 정도 하루 2~3회 엉덩이를 푹 담그고 앉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비데 사용에 유의한다. 배변 후 비데를 쓰면 항문청결과 항문주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치질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비데를 사용할 때 차갑고 강한 수압 세척수를 이용하면 오히려 치질이 생길 수 있다. 이동근 원장은 “비데에서 나온 물이 항문 피부를 보호하는 기름막을 벗겨내 항문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만약 사용한다면 물 온도나 수압 설정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치핵, 생활 속 예방법
1.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한다.
2. 변기에 5분이상 앉아있지 않는다.
3.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4. 체온과 유사한 37~38도의 온도로 좌욕한다.
5. 용변 후 샤워기를 이용해 항문 청결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