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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어색한 만남
야권이 분열된 채로 총선을 치른 뒤 한 곳에서 총집결한 만큼 추도식장 곳곳에서 어색한 만남이 연출됐다. 야권의 대표적 잠룡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의전 서열에 따라 바로 옆 자리에 나란히 자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18 기념식때 광주에서 만난 이후 석달 만이다.
입장 이후 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사실상 선문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문 전 대표가 “미국에 잘 다녀오셨냐. 시차적응은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안 전 대표는 “시차적응하느라고, 이제 이틀 됐다. 네팔은 다녀오실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했다. 문 전 대표가 “그래도 (저는) 하룻밤 자고 새벽녘에 왔다. 카트만두까지 직항로도 생겼다”고 말하자 안 전 대표가 “거기랑 왕래가 많나보다”라고 답한 뒤 이후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추도식 이후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DJ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들을 니편내편으로 나누는, 가르는 편가르기 정치가 우리나라 멍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통합의 정치, 그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유지가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 교체임을 상기시키자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야권 총집결..DJ 정신 계승
추도식이 열린 현충원 내 현충관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400여명이 참석했다. 더민주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및 우상호 원내대표를 필두로 문재인 전 대표,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에서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천정배 전 상임대와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얼굴을 비췄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자리했다. 청와대를 대표해서는 김재원 정무수석이 참석했고 새누리당에서도 호남 출신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김홍업 전 의원은 “찾아주신 모든 분들, 꾸준히 아버님의 묘소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분을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을 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행사장에는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희호 여사는 현철씨에게는 “내가 몸이 좋지 못한데 오늘 찾아와줘 고맙다”고 했고 건호씨에게는 “어머님께 안부 전해달라. 내가 몸이 좋지 못해 찾아뵙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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